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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탐내는 ASML “中직원이 우리 반도체 기술 훔쳐갔다”


입력 2023.02.16 21:17 수정 2023.02.21 17:06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중국법인 직원이 지난 2∼3달새 범행…中당국과 관련 여부는 불명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로고. ⓒ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중국법인 전 직원이 제품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노광장비는 반도체나 LCD 제조 과정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것처럼 빛을 쬐어 회로를 그리는 장비로,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장비다. ASML의 제품이 없으면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어 반도체 업계의‘슈퍼을(乙)’로 통한다.


특히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나서고 네덜란드도 동참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발생한 까닭에 미·중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ASML은 15일(현지시간)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사의 독점 기술과 관련된 데이터가 도난당한 사실을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빼돌린 범인은 중국 법인 베이징 본사에서 근무했던 중국인 남성으로, 이 직원이 허가 없이 정보를 유용한 것이다. ASML은 중국에서 1500명가량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ASML이 중국의 데이터 탈취 의혹을 제기한 건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2021년에도 중국 둥팡징위안일렉트론이 자사 기술을 빼돌린 중국 XTAL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XTAL은 ASML의 영업기밀 유용 혐의로 2019년 미국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ASML은 다만 도난당한 데이터의 세부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이 자사의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 직원이 ASML의 노광장비 시스템과 관련된 세부 기술적 정보가 저장된 소프트웨어 저장소의 데이터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협업과 제품 개발관리 등을 위해 기술 관련 정보를 저장해놓고 공유하는 곳에서 데이터를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중국 남성 직원이 지난 2∼3개월 동안 저지른 것으로 이 사실이 미국 당국에도 통지됐다고 다른 소식통이 말했다. 절도 혐의를 받는 이 직원이 중국 당국 등과 연관돼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 상무부는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으며,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인 전 직원이 훔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는 ASML의 주장을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ASML은 2019년부터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이전 세대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는 계속 공급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EUV 관련 데이터일 경우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EUV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중 간 긴장관계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두 나라가 수년 동안 치열한 기술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최근엔 ‘정찰풍선’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기 때문이다.미 경제매체 CNBC방송은 “이번 보안 사건은 ASML과 네덜란드 정부에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다”며 “그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 갇혔다”고 전했다.


실제 일본을 방문 중인 테아 켄들러 미국 상무부 수출통제 차관보는 “미국은 이 같은 산업 스파이 혐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제 슈라인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도 “ASML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귀중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망한 대기업이 경제 스파이의 표적이 된 것이 매우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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