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샜다, 나도 알아"…흰 정장 바지에 '핏자국' 노출한 케냐 女의원

ⓒ글로리아 오워바 트위터 갈무리

케냐의 한 여성 상원의원이 흰색 정장 바지에 월경혈로 추정되는 붉은 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나타나 화제다.

10일(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케냐의 여성 상원의원 글로리아 오워바(37)은 지난달 14일 수도 나이로비의 의회에 붉은 자국이 묻은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나도 바지에 (붉은 자국이) 묻은 걸 알고 있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니 (갈아입지 않고) 그냥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워바 의원은 국회 출석을 거부당했다. 의회 측이 밝힌 거부 사유는 '복장 규정 위반'이었다.

그러나 매체는 월경혈로 추정되는 흔적에 대한 아프리카 특유의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실제로 의원들 사이에선 오워바 의원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개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너무 외설적이다" 등 오워바 의원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남성의원은 "내 아내와 딸도 생리를 한다"며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의원도 "(오워바 의원이) 그날 실제 월경이 있어 바지에 실수로 묻은 건지, 일부러 속인 건지는 모르겠다"면서 "너무 외설적인 행동"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오워바 의원은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한 학교를 방문해 생리대 무료 배포행사에 참석했다.

오워바 의원은 "여성들은 내 바지를 가려주는 등 도와주려 하는데 나는 이런 행동도 반갑지 않았다"면서 "월경혈은 절대 남에게 보여서는 안된다고 배웠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워바 의원은 '월경권 보장'을 위한 법안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는 정치가다. 월경권이란 모든 여성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오워바 의원은 왜 이런 파격적인 행보에 나서게 된 걸까. 이는 2019년 케냐의 학교에서 첫 월경을 경험한 14세 소녀가 "더럽다"는 교사의 비난에 수치심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 때문이다.

오워바 의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월경혈을 흘리고, 남에게 보이는 것은 결코 범죄가 아니다"라는 뜻을 가강하고 있다. 현재 그는 월경에 대한 아프리카의 고정관념 타파를 위해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