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의·진보당 및 시민단체와 공동 주최
李 "尹정부 친일본색…배상안 철회·사죄 촉구"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한 달여 만에 대정부 장외집회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에 대해 '친일본색'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역사의 정의를 배신했다가 몰락해간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1일 오후 4시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강제동원 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하는 2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등 시민단체들과 정의당과 진보당,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기업 배상촉구 의원모임이 공동 주최했다.
참석 인원은 주최 측과 경찰 측 추산 1만명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민주당이 장외집회를 가진 건 지난달 4일 '윤석열 정권 민생 파탄 검사독재 정권 규탄 국민 보고대회' 이후 한 달 만이다.
집회 참석자들은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윤석열 정부 굴욕외교 심판!', '친일역적 윤석열을 몰아내자',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재명 대표도 집회 맨 앞줄에 앉아 '윤석열 굴욕외교 심판'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재명 대표는 직접 연단에 올라 대정부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는 "사죄도 없고, 배상도 없고 전쟁범죄에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 말이 되겠냐"며 "합의문조차 하나 없다. 우리만 일방적으로 일본의 요구를, 아니 요구하는 것 그 이상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 굴욕적 배상안이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한 결과라고 한다"며 "'그따위 돈은 필요 없다', '굶어죽어도 그런 돈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살아있는 목소리인데 이 굴욕적 배상안이 어떻게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일 수 있냐"고 따졌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부부 초청장 말고 일본이 양보한 것이 대체 단 한 개라도 있냐"며 "간도 쓸개도 다 내줬는데,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도, 전범기업들의 배상도, 그리고 수출규제 제재 조치 해제도, 아무것도 없지 않냐"고 물었다.
또한 "무도한 이 정권은 국민에게, 그리고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과 고통을 안겨주고서도 무제가 무엇인지 전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며 "심지어 곳곳에서 아예 대놓고 친일파들이 커밍아웃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40년 지기라는 사람이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냐' 이렇게 말한다. 충북지사는 아예 대놓고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고 한다"면서 "이완용이 울고 갈 일 아니냐. 참으로 기막힌 일이지만 이런 망언들이야말로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진짜 심정 아니겠냐. 친일 본색, 이것이 바로 그들의 진정한 내심"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우리의 군사·외교적 자율권이 제약된 상황에서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냐.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을 절대로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며 강제동원 배상안 철회 및 사죄를 촉구했다.
강제동원 사죄 및 배상촉구 의원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상희 민주당 의원도 연단에 올라 "화가 나고 치욕스러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우리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는데 일본 자민당 의원은 웃으면서 '일본의 완승'이라고 말하는 이 굴욕해법을 용서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석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일본과 미국과의 정상회담 성사로 외교 치적을 쌓으려는 윤석열 정부가 역사를 팔아먹고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준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국익을 우선해 내린 결단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무슨 국익을 말하는 것이냐. 일본이 일방적으로 내린 수출규제 조치는 이제 껍데기만 남았다"고 비난했다.
이정미 대표는 "우리가 일본과 국교를 단절했냐 무엇을 했냐.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없고 과거사 반성이 없는 것 빼고는 모두 잘 돌아가고 있다"며 "지난 13년 동안 한국 경제가 그거 때문에 망하기라도 했다는 거냐"고 했다.
이정미 대표가 발언할 때 민주당 지지자들이 욕설과 야유를 쏟아내면서,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의당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 등에 대한 항의로 보인다.
與, "국민 없는 범국민 대회"…'반정부 집회' 규정 비판
李 향해선 "기어이 단상 올라가…무엇이 그리 조급한가"
국민의힘은 야권과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연 강제동원 협상안 규탄 집회를 '반정부 집회'로 규정하는 등 날을 세웠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오늘 서울시청 앞에는 반일 시민단체와 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등이 모여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 배상안을 규탄하는 '국민 없는 범국민 대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에 한 가지만 묻겠다.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는 4년 가까이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그리고 정의당과 진보당에 묻겠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를 하도록 무엇 하나 요구한 것이 있느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든 죽창가에 숟가락만 얹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또 "이재명 대표에게도 묻겠다. 이제 그만 정치를 내려놓으라고 유서를 남긴 측근을 조문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면서 "오늘 기어이 반정부 집회 단상에 올라가야만 했나. 무엇이 그리 조급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까지 사망에 이르게 할 작정이 아니라면 이제 그만 멈추시기 바란다"라며 "여기서 한 발만 더 떼면 그것이야말로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남기 위한 '광기'"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