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과거에도 통신선 차단 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전력
ICBM 발사 '도발의 전주곡'인가…
정부 "상황 지켜보며 대응방안 검토"
남북 간 통신선이 북한의 '무응답'으로 나흘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 과거 북한이 남측에 대한 '불만' 표시로 통신선 카드를 활용해온 만큼, 북한 의도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주말 사이 북측은 군 통신선에 응답하지 않았고, 오늘 아침에는 (남북)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며 "일단 북측의 일방적 차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관리하는 남북연락사무소 채널은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만 운영되는 반면, 군 통신선은 주말에도 가동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군 통신선과 관련해 북측의 선로 이상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남측에 핵타격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도 남북 통신선은 유지해왔다.
우발적 충돌에 따른 핵전쟁 비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한 역시 상황관리 차원에서 통신선 운용 필요성을 내심 절감했을 거란 평가다.
무엇보다 최근 서해에선 꽃게잡이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민간 어선의 예기치 못한 움직임으로 남북 군 당국이 '오판'할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개성공단 관련 韓 입장 표명
다음날부터 통신선 '불통'
관련 우려에도 북한이 통신선 '불통'을 택한 배경에는 개성공단 무단사용과 관련한 남측의 입장 발표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6일 "거듭된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개성공단 무단사용을 계속하고 있다"며 "정부는 연락사무소 9시 개시통화에 이어 10시에 재차 대북통지문을 발송해 정부 입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은 수령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당국자는 "(북측 담당자가) 응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며 "우리 측 요구와 관련해 북한의 상응한 답변이 없을 경우 우리 정부는 북한이 공단 무단가동을 시인한 것으로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통일부의 입장 발표 다음날부터 통신선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도발 전주곡' 가능성
정부, 공식 입장 표명 예고
일각에선 북한의 통신선 카드가 '도발의 전주곡' 역할을 했다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20년 6월 남북 통신선 차단 일주일 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당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통신선 차단 △연락사무소 철폐 등을 예고했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군사 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올해 4월까지 매듭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머리'에 위성을 탑재하느냐, 탄두를 탑재하느냐의 차이를 가질 뿐 사실상 같은 체계로 분류된다.
때문에 북한이 위성 발사를 명분 삼아 ICBM 기술 진전을 도모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작년 12월 담화에서 ICBM 정상각도 발사와 관련해 "곧 해보면 될 일"이라고 했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도발을 앞두고 통신선을 차단 전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에도 동서해 통신선이 여러 차례 차단됐다가 다시 개통된 사례들이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 등을 빌미로 하거나 굉장히 여러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다 설명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상황과 관련한 입장을 조만간 정리해 발표할 전망이다. 구 대변인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식적 입장 표명에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