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지부장, 31일 금속노조 총파업 참여 방침 재차 확인
고용부 '쟁의권 없는 불법파업…민·형사상 책임' 경고에도 강행
법적 분쟁시 기아 피해 눈덩이…'노란봉투법 통과 지렛대' 활용 의혹도
오는 31일로 예고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총파업으로 기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가 쟁의권도 없는 상태로 총파업 참여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노조는 31일 기계를 멈추고 거리에 나와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한 투쟁을(할 것을) 결단했다”면서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고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총파업에 힘차게 복무하겠다. 모든 노동자가 투쟁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조합원의 동참을 호소했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 26일 윤장혁 위원장 명의의 ‘투쟁지침 1호’를 통해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은 31일 주‧야 4시간 이상씩 파업에 돌입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파업 후 각 지부별로 결의대회에 참가하되 수도권 지역지부와 수도권 소재 기업지부 소속 지회 조합원들은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모여 ‘노동개악 노조파괴 분쇄! 윤석열 정권 퇴진! 금속노조 총파업 대회’를 개최하도록 했다.
통상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더라도 실제 산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산하 기업지부들이 파업 시점에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 파업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상급 단체의 총파업 지침에 따르는 무리수를 둘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
기업지부 집행부 차원에서 명분상 총파업 지지 방침을 밝히더라도, 공장을 멈추지는 못하고 노조 전임자를 중심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수적으로 현대차 노조에 이어 금속노조 내 두 번째로 많은 조합원을 보유한 기아 노조가 전면 파업 동참을 선언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아 노조는 금속노조 투쟁지침이 공개되기 전인 23일부터 총파업 참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은 지난 26일 기아 노조에 “5·31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므로 자제하라. 강행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행정지도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현행법상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을 하려면 ‘사측과 단체교섭 개시→교섭 과정에서 쟁의 발생→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조정절차에서 사측과 합의 무산→조정 중지 결정’의 과정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조합원 총회(찬반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가결 받는 절차도 필요하다.
하지만 기아 노조는 사측과 교섭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쟁의권이 없음은 물론이다. 고용부가 파업 강행시 민‧형사상 책임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불법 파업에는 법적 처벌과 손배소가 뒤따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금속노조 소속 일부 지부‧지회는 파업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노동위원회 조정도 거치지 않아 절차적으로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쟁의권도 없으면서 파업을 하겠다는 기아 노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 노조 지부장의 파업 참여 성명은 고용부의 행정지도 공문 발송 이후에 발표됐다. 불법 행위에 대한 경고를 받고도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기아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은 사측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다.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법적 분쟁에 휘말린다면 단지 31일 주‧야 4시간씩 공장이 멈추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올해 내내 정상 조업이 어려울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노조 행태를 볼 때 불법 파업에 따른 사측의 손배소는 물론, 형사 처벌에 대해서도 노조가 추가적인 파업으로 대응할 우려가 크다”면서 “불법 행위는 노조가 저지르더라도 법적 분쟁으로 가면 결국 기업만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속노조와 기아 노조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야당의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입법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쟁을 심화시키려는 포석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노란봉투법에는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서 확정된 내용에 대해서도 해석과 실현에 관해 분쟁이 생길 경우 쟁의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상 사측과의 교섭과 무관하게 노조에 1년 365일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내용이다.
이번 금속노조 총파업에서 기아 노조가 쟁의권 없이 파업에 돌입해 형사처벌을 받고 소송에 직면한다면 노동계는 이를 빌미로 노란봉투법 입법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아 공장을 볼모로 잡아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저지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예상 가능하다. 정부와 야당, 노동계의 힘겨루기에 애꿎은 민간기업이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쟁의권이 없는데도 대놓고 불법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다른 저의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법 위에 군림하려는 기득권 노조의 행태는 노란봉투법 저지는 물론,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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