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탈환 마을 규모는 작지만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지역
NYT "1차 방어선 넘었는지는 불분명"…러 "우크라 반격 격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반격 작전의 첫 승전고를 울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반격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이 동남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에서 마을 세 곳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3개 마을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군 제68여단은 도네츠크주 남쪽에 있는 블라호다트네 마을을 해방시켰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영상을 통해 병사들이 이 마을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수많은 교전 속에 이미 폐허가 된 블라호다트네는 전쟁 전에는 주민 1000명가량이 살았던 작은 마을이다. 도네츠크주 동부 초격전지인 바흐무트로 연결되는 보급로로서 전략적 가치가 있고 남쪽으로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마리우폴에서 95㎞ 떨어져 있다.
이어 제129여단은 러시아군으로부터 네스쿠흐네 마을을 탈환한 것을 전하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네스쿠흐네는 블라호다트네로부터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네스쿠흐네에는 다시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렸다"고 알렸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이날 밤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세 번째 마을을 탈환했다고 강조했다. 말랴르 차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블라호다트네 북서쪽에 있는 마카리우카를 되찾고 남쪽 전선에서 두 방향으로 300~1500m 진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대가 바흐무트에서 공격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베르호베 저수지 지역에서 성과가 있었다. 우리는 250m를 전진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고 밝힌 블라호다트네와 네스쿠치네, 마카리우카는 약 3마일(4.8㎞)에 걸쳐 있는 마을들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반격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첫 성과를 낸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반격 및 방어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대반격 개시를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4일부터 대반격 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부인하거나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탈환한 마을은 규모는 작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동부 최격전지인 바흐무트와 러시아가 점령 중인 마리우폴을 잇는 중간 지점에 있어서다. BBC는 "일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몇 달 안에 마리우폴도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여전히 세부 전황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최소 4개 전선에서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루한스크주 빌로호리우카 인근,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벨레카 노보실카, 자포리자주 오리히우 인근 등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이 지원한 전차 등을 앞세워 일부 점령지를 탈환했지만, 러시아군 방어망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마을들이 러시아의 1차 방어선 너머에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그것들을 돌파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러시아군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성과는 비용이 크게 들고 많은 사상자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지는 가장 큰 규모의 군사 작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지난주 최전선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를 통해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이 구체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어디에서나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공격을 성공적으로 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지난 하루 동안 도네츠크 방면에서 8차례의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헤르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수호이(Su)-25 전투기를 격추했으며 우크라이나가 수상 드론(무인기) 6대를 이용해 흑해에서 임무수행 중인 러시아 함선 '프리아조프'를 공격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