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급과 위선, 부패와 선동으로 다수당 유지는 “꿈”
“운동권 시대 이제 끝내자” 여론 커지면 속수무책
여당+신당 성동격서 호남 수도권 공략하면 압도적 다수
배훈천-봉달호-함운경-박은식 신당 참여 또는 고민 중
바야흐로 신당(新黨)의 계절이다.
내년 총선을 9개월 앞두고 양향자 신당과 금태섭 신당이 나란히 닻을 올렸다. 신당이 더 나오더라도 일단 이 두 당이 양대 정당에 마음이 멀어진 유권자들 마음을 선점했고, 앞으로도 민주당 표 잠식에 관한 한 구도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2024년 4·10 총선은 민주당-국민의힘-두 신당 3자 대결이다. 신당이 최소한 2개인데, 왜 3자냐고? 신당 둘이 다 살려면 합쳐야 하고(선거 연대), 그렇지 않으면 잘해야 1~2석씩 얻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신당이 선풍을 일으키는 필요충분조건은 인물과 지역 기반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로서는 양(梁) 신당이 금(琴) 신당보다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양향자는 호남(광주)이 아성(牙城)이고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주자로서 상품성도 있다. 여자상고를 나온 삼성전자 반도체 상무 출신이라는 스토리가 국회의원급 이력서(서울대 법대, 검사)를 가진 금태섭보다 낫다.
양향자 신당은 어젠다(의제)도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다. 추상적 정치 개혁 구호가 아니다. 국회의원 특권, 특혜 폐지가 그런 예다. 또 광주에서는 상당한 폭발력을 발휘할 “복합 쇼핑몰 하나 없는” 문제를 포함해 “민주당 일당 독재로 광주와 호남이 얻은 게 무엇이냐?”라고 묻는 생활 정치의 기치를 내건다.
광주 사람인 필자는 아직 밖으로 드러나고 있진 않지만, 속에서 맹렬히 끓고 있는 그들의 비(非)민주당 정서를 잘 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반기업 반시장’ 운동권의 맹목적인 지지의 결과가 위선과 부패 정당의 호남 독식, 경제 낙후, 지역 고립이다. 그 ‘자발적 따돌림’에 대한 자각이 신당을 매개로 내년 총선에서 폭발할 조짐이다.
당의 얼굴도 퇴물 정치인들 대신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지식인 사장’들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를 이슈화한 ‘광주 카페’ 사장 배훈천(55)이 대표적이다. 그는 “민주당의 호남 거버넌스(정치와 행정) 독점 체제 종식”을 주장하는 운동을 펼쳐 왔다.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군사 정권이고 민주당에 반대하는 게 민주화 운동이다. 배훈천은 그 ‘광주 운동권’의 핵심 인물이며 평생 놀고먹는 진짜 운동권과 달리 직접 생계를 꾸리는 골목 상권 자영업자다.
미국 문화원 점거 삼민투 위원장 출신 ‘군산 횟집’ 주인 함운경(59)도 민주당의 호남 지역민 인질화 타파를 외치는 운동권 전향 자영업자다. 그는 양-금-국힘 3자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
호남(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또 다른 운동권 전향 반민주 성향 자영업자(편의점) 겸 유명 칼럼니스트 봉달호(49, 본명 곽대중)는 김종인과의 인연으로 금태섭 신당에 대변인으로 갔다. 5·18 이후 광주 출생 보수우파 논객으로 지명도가 높은 젊은 내과 의사 박은식(36)도 양향자 측에서 출마를 권유 중이다.
누가 신당에 참여하든 호남은 준비가 돼 있다. ‘제사(祭祀)의 도시’ 탈피 의지가 강하다. 이번엔 막대기에만 표를 몰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건 여름엔 덥다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변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호남 지역 민주당 지지도가 그전 주보다 10% 포인트 이상 떨어져 40%대 초반을 기록했다.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에서는 한 표만 더 얻으면 당선이므로 신당이 미풍만 불어도 알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호남 출향민들이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바람이 일어난다. SNS 시대에 이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저 사람에게 전파되는 데 하루도 안 걸린다. 필자가 “민주당 참패, 여당-신당 선전(善戰)” 전망에 자신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지난 4·15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건 조국 사태를 코로나 팬데믹이 덮어 버린 결과였다. 전대미문의 대유행 공포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압도적으로 밀어주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도 이런 횡재가 재현될 수 있다고 이재명과 개딸, 민주당 의원들이 꿈꾸고 있다면 그것은 개꿈이다. 위선과 내로남불도 모자라 무식하고 저급한 막말, 처럼회 코미디 소동, 돈 봉투, 코인 투기, 상습적 가짜 뉴스 선동에 “똥을 먹겠다”라는 식의 유치 무쌍한 비과학적 자해극으로 180석은 커녕 다수당도 어떻게 지켜질 수 있겠나?
2024년 4월 10일 선거일은 조국 사태가 난 지 5년이 흐른 시점이다. “586 운동권 시대를 이제 끝내자”라는 여론이 시대정신으로 타오르면 민주당은 속수무책이 된다. 대표 이재명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범죄 혐의들과 방탄 추태는 빼더라도 그렇다.
하지만 “현재 나오고 있는 여론조사들은 다른데?”라고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 인기가 여전히 40%대에 진입 못했고, 정권 심판론이 정권 지원론보다 많게는 10% 포인트 많다.
여론조사는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절대적으로 믿어서도 안 된다. 왜? 골수 친(親) 민주당 지지자들은 악착같이 응하고 열성 친 보수당 지지자들은 끊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다만, ‘모름/없음’ 응답 무당층(유권자의 약 50%), 정치 저(低) 관여자들의 여론 추세로는 의미가 있다.
민주당의 소장파 쓴소리 전문 전 의원 김해영(46, 부산)이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말한 다음 총선과 여론조사 관련 견해는 필자의 평소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국민의힘에게 ‘오만하지 말라’라는 하나 마나 한 소리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나라 바로 세우기 개혁 작업 성공을 위한 과반 확보 숙원 달성 비법은 알려 주고 싶다.
신당을 경쟁자, 훼방꾼으로 보지 말고 동반자로 존중하고 대우해서 민주당의 호남과 수도권 벽을 깨라는 것이다. ‘친구가 될 적’을 이용해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적’을 치는 연합 작전이고 성동격서(聲東擊西)다.
호남을 비롯한 다수 진보좌파에게 보수 여당의 이미지는 여전히 기득권과 부패다. 그런 당이 호남 사람들 표를 얻는 건 이번 생(제22대 국회)에는 불가능하다.
그 역할을 신당이 하도록 해서 둘이 합해 200석에 육박하는 과반 초과 달성을 목표로 하는 건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