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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칼부림' 조선, 사형 마땅하지만…실제 선고 가능성은 작아" [법조계에 물어보니 194]


입력 2023.07.27 05:16 수정 2023.07.27 05:16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경찰,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33살 조선 신상공개…유족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 요청"

법조계 "최근 법원서 사형 선고 잘 안 해…원심서 사형 선고된 사건, 대법원이 파기하기도"

"오원춘·김길태도 2심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사실상 사형제 폐지로 봐도 무방"

"국민 법 감정과 괴리 있는 게 사실…'사형 촉구 여론' 계속되면 1심 사형선고 가능성 존재"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 씨.ⓒ연합뉴스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행인을 상대로 '묻지마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 씨의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유가족이 그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청원을 게시하는 등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조 씨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최근 몇 년간 (흉악범에게)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실제로 선고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26일 서울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대낮에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 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위원회는 "피의자의 자백과 현장 CCTV, 목격자 진술 등 범행 증거가 충분하고, 범죄로 인한 국민 불안과 유사한 범행 예방효과 등을 고려할 때 공공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피의자는 33살 조선이라고 밝혔다.


앞서 피해자 유족은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신림동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범행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며 사건을 접한 국민들 사이에서도 조 씨에게 사형을 선고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최근 법원이 사형 선고 자체를 잘 하지 않는 추세라며 조 씨에게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작다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시민들이 사형을 호소하는 청원, 탄원서를 제출하면 법원에서 부담을 느끼겠지만 사형 선고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최근 무기징역형을 받은 기결수가 교도소에서 같은 수형자를 살해한 사건의 경우 원심에서 사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법원 경향도 신경 안 쓸 수가 없다. 결국 2심이나 대법원에서 파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다만 이런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신념을 가지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사형의 경우 2010년대 들어 선고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오원춘, 김홍일, 김길태도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긴 했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으니 사형은 사실상 폐지된 거나 다름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며 "조 씨 같은 흉악범들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기징역은 20년 후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형을 대체하기에 매우 불합리하고 불균형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 도입이 매우 시급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선 씨가 지난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도 "최근 몇 년간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간혹 하급심에서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결국 무기징역 등으로 감형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형이 확정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면서도 "국민의 법 감정상 양형과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번 사건은 여론이 주목하고 있으므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얼마 전 대법원에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효과를 보기 위해 사형을 선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부정적 판단을 했다"며 "이러한 대법원의 논조와 사형제에 대한 부담감, 기존 다른 살인사건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사형보다는 무기징역형 등이 선고될 가능성이 좀 더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워낙 잔인한 범죄이고 범행 동기나 행동 등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지 않느냐"며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같은 부분이 명확히 드러나고 사회여론도 지속적으로 사형으로 쏠린다면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작위 살인,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살인'의 경우로 '비난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며 "기본 양형은 15년에서 20년 사이인데, 가중요인이 반영되면 사형선고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형 선고가 1년에 한 번도 잘 안 되는 실정이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과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의 범인 안인득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도 항소심에서 각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의 김태현은 1심에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결과적으로는 사형 선고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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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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