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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별장'서 국정 구상 들어가는 윤대통령…휴가 속 담긴 정치학


입력 2023.08.01 06:00 수정 2023.08.01 06:0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尹, 8월 2~8일 거제 저도 별장서 짧은 휴가

'개각·한미일 정상회담' 등 정국 구상 전망

역대 대통령도 휴가 중 정책 결단 내리기도

"내수 진작, 지역 경제 활성화 도움 측면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사인을 모은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초 짧은 기간 동안 휴가를 가지며 국정운영 구상에 몰두할 계획이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을 지닌 거제 저도에서 재충전에 들어갈 윤 대통령은 부처 개각, 한미일 정상회담 등 향후 주요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휴가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민간 소비 촉진 등 낙수 효과까지 노리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휴가 직후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정된 것은 휴가 기간을 (8월) 2~8일로 잡았다. 통상 우리가 휴가를 가는 것처럼 휴일을 끼워 6박 7일"이라며 "다만 공식 행사는 참석하는 것으로 한다. 휴가 말미에도 공식 행사가 있을 것 같다. 휴가 처리하고 행사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휴가 장소는 경상남도 거제 북단 저도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이다. 다만 필요에 따라 필요한 곳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부연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찾는 경남 거제 저도의 별장은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처음 휴양지로 사용한 곳이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고,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에서 '청해대(靑海臺)'라는 호칭이 붙었다.


대통령의 휴가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극한 직업으로 꼽히는 대통령에게 휴가는 격무에서 벗어나 심신을 가다듬는 재충전의 기회다. 새로운 국정을 구상하거나 산적한 현안에 대한 해답을 찾으며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정국 구상을 휴가지에서 한 대표적인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3년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충북 청원군 대청호 인근에 준공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靑南臺)'에서 휴가를 보내며 금융실명제 등을 구상했다. 이에 '청남대 구상'이라는 단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국정이 어려울 때 휴가를 포기하는 사례도 여럿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6년 7월 경기도 파주·연천의 집중호우로 하루 만에 휴가를 취소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IMF 충격으로 휴가를 반납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탄핵 정국, 2006년 북한 미사일 발사, 2007년 한국인 피랍사건으로 임기 5년간 세 차례나 휴가를 관저에서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여름휴가를 앞두고 참모진에게 "국민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내가 한가하게 휴가를 가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4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 휴가를 가지 못하고 청와대를 지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8일 첫 여름 휴가 직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윤 대통령도 지난해 8월 첫 휴가 당시 저도 등 지방 휴양지와 민생 현장을 찾으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닷새간 서초동 사저에 머무르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휴가 복귀 직후 "내가 국민들에게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휴가 기간에 더욱 다지게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이튿날 윤 대통령은 '만 5세 취학 추진 방안' 등을 발표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의 사퇴서를 수리하면서 정국 운영의 키를 바꿔 쥔 경험이 있다.


이번 휴가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이동관 대통령대외협력특보의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 개각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권에선 8월 초에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환경부 등에서 개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되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한 준비도 휴가 기간 동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정상 간 만남은 회담에서 회의로 명칭이 변경된데다, 한미일 정상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로 만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인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참모들 입장에서 대통령께서 워낙 순방 등 격무에 시달렸고 휴식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또 공무원들도 휴가를 가야해 (휴가를) 가는게 좋겠다고 건의했다"며 "한편으로는 대통령 휴가와 공무원 휴가라는 것이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휴가 자체가 공직사회나 민간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대통령이란 직업이 여간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 게 아닌 만큼 휴가 기간 동안 쉬면서 만드는 생각이나 내리는 결단들이 국정 운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윤 대통령이 이번 휴가를 거친 뒤 어떤 일성을 들고 나올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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