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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뒤흔드는 '신평의 입'…국민의힘, 철저히 '거리두기'


입력 2023.08.08 05:00 수정 2023.08.07 23:34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신평 "국힘, 수도권 전멸…尹 신당 창당 생각"

與 "신평 발언, 허위사실…가짜 뉴스에 유감"

신 변호사 사과에도…'총선 참패설' 일파만파

당내선 "조언 좋지만 발언 수위 심각" 의견도

지난해 2021년 1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신평 변호사 ⓒ국회사진취재단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조력하며 한때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졌던 신평 변호사를 향한 국민의힘 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신 변호사가 꺼낸 "국민의힘, 총선서 수도권 전멸"이나 "윤 대통령이 신당 창당을 고민 중" 등의 발언이 당 분위기를 해치고 있단 지적에서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신 변호사의 이 같은 발언으로 생성된 뉴스들이 여론에 악영향을 주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신평 변호사의 메신저(로서)의 신뢰도가 여권에서는 전혀 없다고 본다"며 "언론이 과잉 보도해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진행자가 신 변호사와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내다봤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외에도 최근 신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당내 의견은 적지 않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국회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 변호사가 얘기한 것들은 다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느냐"라며 "뜬구름 같은 얘기들이 만들어져서 퍼뜨려지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꾸만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도 같은날 BBS라디오에 나와 "(신 변호사는) 본인 인지도를 위해 부정확한 정보들을 아는 척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 이런 문제가 계속 일어날 것 같다"며 "실제로 대다수가 거짓말이다. 인지도가 있는 인사가 방송에 나오면 본인 영향력을 위해 부정확한 정보들을 많이 아는 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들은 모두 최근 신 변호사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신 변호사는 지난 3일 KBS라디오에서 "최근 국민의힘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선 거의 전멸하고 전체 의석 수도 지금보다 오히려 더 줄어든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신당 창당까지 생각한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고 전했다.


해당 발언이 나오자마자 대통령실은 명확한 선 긋기에 들어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튿날 신 변호사에 대해 "대통령의 멘토란 황당한 이야기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맡은 이후 신평 씨와 국정이나 정치 문제에 대해 그 어떠한 이야기도 나눈 바 없다"며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황당무계한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또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도 같은날 언론 공지를 통해 "신 변호사가 한 국민의힘 총선 여론조사 관련 발언은 완전한 허위사실"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신평 변호사는 국민의힘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고 잘못된 가짜뉴스가 퍼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지난 2021년 1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평 변호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신 변호사도 일단 한 발짝 물러섰다. 신 변호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의 급한 전화가 왔는데 그는 '(해당) 여론조사를 당에서 결코 실시한 일이 없다'고 했다"며 "대형 여론조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5억 원대의 자금 지출이 필요한데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내 말이 틀렸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전적으로 본인의 불찰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 변호사와 관련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4월 신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윤 정부는 지금 과도하게 10분의 3을 이루는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 그것은 달콤한 늪이다.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 선거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총선 전망이 암울하다는 전망을 했다.


충정에서 비롯된 고언(苦言)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정치의 세계에서는 말이 다시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에 있다. 신 변호사가 거듭 내년 총선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수도권 전멸론'을 우려할수록, 서울·수도권에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려던 인재들조차 몸을 움츠리게 된다.


신 변호사 본인도 "나는 여권이 총선에서 참패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해 분발을 촉구할 생각이었다"면서도 "그 효과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거꾸로 내 말이 여당 후보를 지망하는 이나 관련된 이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말에 정신이 아득하다"고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속된 신 변호사발(發) 리스크에 이제 국민의힘은 그의 발언을 향한 경계수위를 좀 더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위는 이날 회의를 열어 지난 3일 신 변호사가 총선 참패설을 제기한 뒤 CBS라디오 진행자가 이 내용을 재차 언급하는 등 지금까지 관련 기사가 계속 생산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여권 총선 참패설'을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신 변호사가 역할을 한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신 변호사가 하는 말들이 전부 당에게 도움이 되라는 말인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경고의 말을 할 때도 경우와 정도가 있는데, 대통령 의중을 언급하고 당이 분열될 것이란 발언까지는 너무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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