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 삼원계 중심에서 LFP배터리 양산으로 ESS 수요 확대 대응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안정적 공급과 폐배터리 처리 방안으로 주목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을 통해 발전되는 에너지를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
탄소 중립 시대에 발맞춰 RE100 등 신재생에너지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ESS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전력용, 폐배터리 재사용 등으로 고성장이 기대되는 ESS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전력 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력저장장치다. ESS의 용도는 부하이동, 재생에너지 연계, 주파수 조정 등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먼저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양산해 ESS 수요 확대에 대응할 방침이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만으로 ESS용을 생산했으나 이번 하반기에 중국 남경에서 일부 니켈코발트망간(NCM) 라인을 LFP로 전환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2026년부터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약 16GWh(기가와트시) 규모의 LFP 제품을 생산해 북미지역 전력망 수요를 대응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사업이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북미 지역의 전력망 프로젝트 중심으로 매출량이 급증해서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ESS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 시장에서 신사업 기회도 노리고 있다.
삼성SDI도 삼원계 배터리 중심에서 LFP배터리를 추가해 ESS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011년부터 리튬이온 ESS 사업을 시작한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배터리를 ESS에 사용하고 있다.
삼성SDI는 상반기 ESS 사업이 전력용 및 무정전전원장치(UPS)용으로 판매가 확대됐고 하반기에도 신제품 출시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ESS 시장에서 LFP배터리 침투율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도 고출력, 에너지밀도를 필요로 하는 상업용과 UPS 시장에서는 삼원계 배터리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ESS 사업에서 후발주자인 SK온은 아직 배터리 종류나 적용처 등 구체적 사업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SK온은 몇 년간 전기차용 배터리에 집중하다가 최근 다시 ESS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SK온도 가장 시장이 큰 북미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2019년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용기간을 ESS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업체들이 ESS 시장에 주목한 것은 신재생에너지의 수요 증가 때문이다. 시간·계절별 변동성이 큰 전력은 수요량을 예측하기 어렵고 상시 공급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높은 편이라 활용하기 까다롭다.
이런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ESS가 보완할 수 있다. ESS는 전력 수요가 낮을 때 충전하고 높을 때 방전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다. 발전량 예측이 어렵고 출력이 불규칙한 태양광, 풍력 등에서 ESS를 이용하면 출력 및 발전량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 또 전력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 주파수 변동이 심해 품질이 낮아지는데 주파수 변화에 따라 ESS를 충·방전하면 전력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또 ESS는 폐배터리의 처리 방안으로서도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사용 주기는 보통 7~10년 정도로 이 시기가 지나면 주행거리는 감소하고 충전속도가 저하돼 교체가 필요하다. 폐배터리는 환경오염·폭발위험 등 문제로 재사용해야 하는데 그 대표적인 방안으로 ESS가 꼽힌다.
폐배터리 모듈을 여러개 묶어 ESS를 만든 다음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잉여 전력을 저장한다. 이때 저장된 전력은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전기 공급을 안정화하는 일에 사용된다.
현대자동차도 한국수력원자력, OCI와 함께 폐배터리를 활용한 ESS를 태양광 발전시스템에 접목하는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 정부도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재사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ESS 시장은 북미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는데 이때 급증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용량을 뒷받침하기 위해 ESS 용량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올해부터 시행한 정책 ‘NEM 3.0’으로 ESS의 수요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리튬 가격의 하락도 ESS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ESS의 설치 비용 60%에 해당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주요 원재료 리튬의 가격은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에너지조사기관인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의 ESS 시장 규모는 2020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해 55억달러로 집계됐다. EAI(미 에너지 정보청)은 2050년까지 전체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2020년 21%에서 2050년 42%로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있어 미국 ESS 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