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CD 올해만 7조5000억 '쑥'…대출 금리 '불씨'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3.08.28 06:00  수정 2023.08.28 06:00

상반기 평잔 45조…작년보다 20%↑

규제 대응 수요→고객에 '불똥' 우려

은행 대출 금리 상승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끌어 모은 돈이 올해 들어서만 7조5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4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정상화 수순에 들어간 유동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CD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이는 대출 이자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CD를 통해 조달한 원화 자금 평균 잔액은 총 45조246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0%(7조5317억원) 늘었다.


CD는 은행의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해 발행하는 무기명예금증서로 금융 시장에서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 상품이다. 단기간에 정기예금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서도 필요 시 매매해 현금화할 수 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CD 조달 자금이 16조812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3.9%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9조1875억원으로, 국민은행도 8조3568억원으로 각각 74.6%와 51.6%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신한은행의 CD 조달 자금이 10조8898억원으로 28.6% 줄었다.


4대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평균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에게 CD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다. 특히 최근 은행들이 CD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때문이다. 안정성이 높은 자금 조달원인 CD가 많을수록 LCR 개선에 도움이 된다.


LCR은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끌어올리고자 도입된 제도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00%를 넘겨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이같은 제한이 은행권의 금융지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규제가 완화돼 왔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은 LCR 규제 복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는 95% 준수를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이를 다시 100%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이후의 규제 비율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올해 말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은행권의 CD 발행이 몰리면서 관련 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CD 금리가 상승할수록 대출 금리도 오르는 구조여서다. 은행권은 단기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산정할 때 CD 금리를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1일물 CD 금리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4%를 웃돌다가, 올해 2월 3.52%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4월 이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6월에는 3.75%까지 높아졌다.


은행들이 매달 대출 금리를 정할 때 잣대가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이하 코픽스)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CD를 비롯해 정기 예·적금과 금융채 등 여덟 개 금융 상품 금리가 기반이 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역시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4.29%로 4%를 웃돌다가, 올해 2월 3.53%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6월 3.70%까지 높아졌다.


CD 금리를 지표로 쓰는 기업대출 이자율도 2분기 들어 꿈틀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기업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5.56%에서 올해 4월 5.09%로 낮아졌지만, 지난 6월 5.32%로 다시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여건 상 당분간 은행의 CD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발행이 지나치게 몰릴 경우 대출 금리 인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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