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데이스', 7월 20일 공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며, 국제적인 논쟁거리가 되고 국내에서는 여야의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원전사고를 다룬 넷플릭스 일본 시리즈 '더 데이스'가 공개됐다.
지난 6월 전 세계 76개국에서 공개됐지만 한국은 7월 20일 서비스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기와 맞물려 여론을 의식해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넷플릭스 측은 영상물 등급 분류 기준이 바뀌면서 과도기적으로 영상 공개가 늦어졌다고 밝히면서 오해를 불식시켰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고, 이 사안이 국제적인 논쟁거리가 되고 국내에서는 여야의 의견이 맞서 는 상황 속, '더 데이스'는 시의성에 부합하며, 대중의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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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더 데이스'는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 요시다가 남긴 저서 '요시다 조서'와 도쿄전력이 발표한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보고서', 참사 관련자 90명의 이야기를 담은 가도타 류쇼가 쓴 '죽음의 문턱을 본 남자'를 참고해 다각적으로 그날의 참사를 바라봤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원전 전력이 끊기면서 핵연료를 식히지 못해,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관련 사망자는 3500명, 피난민은 16만 4000명이었다.
'더 데이스'는 후쿠시마 제1발전소 면진중요동 긴급대책실에 최후까지 남아 사고를 수습했던 토호전력 요시다 소장이 "그날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과거형으로 말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그날들은 무엇일까"라는 독백으로 시작한다. 요시다 소장의 독백처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걸 강조한다.
드라마는 사고 당시 도쿄 전력 임원, 일본 정부, 전문가들이 일본식 관료주의와 학벌 인사 체제로 무능함의 끝을 보여준다.
총리 앞에서 눈치 보느라 보고할 타이밍을 놓치는 인사들, 냉각 기능을 잃은 고열을 내뿜는 핵 연료를 식히기 위해 해수를 사용해야 하지만, 해수를 사용하면 원전을 아예 못쓰게 되니 천문학적인 비용이 아까워 머뭇거리는 토호전력, 원전이 폭발하는 상황에서도 진상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전문가 등 재난을 앞둔 고위층의 모습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축소하고 책임을 회피하느라 바쁘다.
안전 대책과 매뉴얼이 철저히 준비돼 있는 일본이었지만, 모든 전력이 멈춰버린 상황에 대한 매뉴얼은 없었다.
토호전력 직원들은 끝까지 남아 사고를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를 두고는 호불호가 나뉜다. 고위 관계자처럼 수습을 회피하기 위해 일을 미루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야기가 직원들의 영웅담으로 흘러가버리는 경향이 있어 재난 심각성 축소와 미화 지적도 있다.
'더 데이스'를 본 시청자라면 만듦새를 떠나 HBO의 '체르노빌'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밖에 없다. 1986년 4월 구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이 작품은, 절체절명의 순간, 국가의 민낯을 드러내며 원인을 가리기 급급한 무능한 정부와 개개인의 딜레마를 정교하게 만들어 호평 받았다.
이 작품 역시 당시 현장을 수습했던 핵물리학자 발레리 레가소프와 소비에트 의회 부의장 보리스 셰르비나 두 남자의 시각을 따라 펼쳐진다. 체르노빌 사태를 다룬 작품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체르노빌'이 돋보인 이유는, 담담한 연출 덕분이다. 처참한 광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희생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이들을 보여줄 때도 냉정하고 차분한 톤을 유지한다. 재앙이 가진 끔찍함을 보여줄 뿐, 이를 연출이나 연기로 가릴 만한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진실에 다가간다.
'체르노빌'은 사고가 발생한 국가가 아닌 미국에서 만들었다는 것과 '더 데이스'는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차이가 때문일까. 미화나 드라마적 서사보다는, 역사 다큐멘터리를 능가하는 고증에 힘을 줬다. 그 결과 제 71회 에미상 19개 부문 후보에 올라 10부문을 휩쓸며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체르노빌'이 재난의 극사실적인 기록물이라면 '더 데이스'는 일본의 매뉴얼 사회와 책임전가 관행이 가져온 최악의 결과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울하고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더 데이스'가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이 있다"라는 메시지로, 봉합한 점은 분명 아쉽다. 그러나 요시다 소장이 원자력 폭발 사고로부터 2년 후 암으로 세상을 떠났음을 알리며 "2023년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여전히 수습되지 않았으며 폐로 작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 일본 정부와 각각의 상황과 실책까지 고발했다는 점에서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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