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미 상반기 지난 7월 기준 앨범 판매량이 약 6993만장을 팔아치우면서 올해 1억장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됨은 물론, 엔데믹 이후 투어 콘서트가 속속 재개되면서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음반과 콘서트 매출이 뛰면서, 자연스럽게 굿즈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써클차트 집계 결과 1월부터 7월까지의 실물 앨범 판매량(6993만장)은 전년 동기 대비 2300만장 가량 많고, 전년도 전체 판매량의 약 87%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외 판매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 기준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1억 3293만 4000달러(약 1783억)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굿즈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논하기에 앞서 앨범 판매량을 먼저 짚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2년 내 발매된 주요 케이팝 음반(50종)을 조사한 결과, 한 음반당 평균적으로 7.8개의 굿즈를 포함하고 있다. 이런 앨범을 소비하는 목적 역시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한다는 답변이 52.7%에 달했다. 결국 앨범의 판매량 중의 절반 이상이 굿즈에 대한 수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하이브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 316억원 가운데 63%에 해당하는 6526억원이 해외에서 나왔는데, 이 가운데 앨범으로 인한 매출만 무려 41.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케이팝 스타들의 포토카드가 한류를 대표하는 수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이브 역시 실물 앨범에 함께 구성된 포토카드가 매출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앨범 판매량이 굿즈에 대한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면, 콘서트는 굿즈 시장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케이팝 걸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분기보고서 사업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 2분기 공연사업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8배 가까이 늘어난 312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 같은 공연 사업 호조는 응원봉 등 MD 상품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YG는 이 기간 상·제품사업에서 501억원의 매출을 거둬 7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이브 역시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월드투어, 세븐틴 팬미팅 등으로 공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4% 증가한 1575억원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MD 매출도 11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시장의 성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특히 실물 음반의 판매량 증가가 케이팝 팬덤의 확대와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상 굿즈 마케팅의 성공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와 함께 ‘끼워팔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끼워팔기는 케이팝 시장의 건정성을 해치는 요소로 꼽힌다. 노래를 듣기 위해 사야 하는 음반을, 포토카드 등의 굿즈를 수집하기 위해 사도록 유도하면서 음반 판매량 집계가 왜곡되고 사용하지 않는 음반은 쓰레기로 전락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빌보드는 ‘빌보드 200’ 차트 집계 방식을 바꾸면서 번들 앨범의 난립 문제를 방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끼워팔기를 경계하는 움직임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엔터사를 대상으로 포토카드 끼워팔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엔터사들이 아이돌 팬의 팬심을 악용해 포토카드를 과도하게 제작하고 앨범에 무작위로 끼워팔아 불공정거래를 유발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움직임이 케이팝의 세계적인 위상에 걸맞은 건강한 음반과 굿즈 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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