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선 본선 문턱서 좌절했지만
'배신자 프레임'에도 지지세 입증
팬덤·세력 정치적 재기 기반 될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대선 레이스는 끝이 났지만, 정치 여정의 마침표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후보는 자신에게 씌어있던 '배신자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유력 주자들을 제치고 결선까지 진출하면서 정치적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후보는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최종 득표율 43.47%로, 김문수 후보(56.53%)에 밀려 본선행 티켓을 아쉽게 얻지 못했다.
한 후보는 승복 연설에서 "당원들과 국민들의 결정에 승복한다"며 "나의 여정은 오늘 여기서 끝나지만 우리의 김 후보가 이 대한민국이 위험한 나라가 되는 것을 막아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뒤에서 응원하겠다"며 "맑은 날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국민과 당원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당대회 종료 후 낸 입장문에서도 자신을 지지해준 당원·국민에 고마움을 표하며 "이번 대선에서 나의 도전은 여기까지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더욱 위대하고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힘이 진정한 국민의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의 대선 레이스는 종료됐지만, 그의 정치 여정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선 결과와 상관 없이 보수 진영에서 그의 정치적 저력이 입증됐다는 점에서다. 당초 당내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끊임없이 충돌해 생긴 '배신자 프레임'이 경선 초반부터 한 후보 행보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럼에도 한 후보는 탄핵 찬성 입장을 고수하고, 시대·세대교체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내세우며 민심 그리고 윤 전 대통령과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보수 지지층에 호소했다. 한 후보의 전략은 경선 기간에서 상당 부분 주효했다. 한 후보는 경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문수·홍준표 후보에 다소 밀리는 듯했지만,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어냈다.
실제 결선투표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한 후보가 김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한 후보는 9%, 김 후보는 6%를 기록했다.
대선 후보 호감도 조사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한동훈 후보가 26%, 김문수 후보가 2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한 후보에게 투자하고 싶지만 지금은 탄핵의 여진이 있기 때문에 당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건 두렵다는 인식이 경선 결과에 반영된 것이지, 시대와 세대를 교체해야 된다는 의미 자체가 희석된 건 아니다"라며 "한동훈은 존재 자체로서 그 의미를 이미 절반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탄탄한 팬덤과 교섭단체 규모의 원내 세력은 그의 정치적 재기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6선의 조경태 의원과 3선 김성원·송석준 의원, 재선 박정하·배현진·서범수 의원, 초선 고동진·박정훈·정성국·정연욱·진종오 의원 등이 그의 든든한 '정치적 우군'이다. 캠프 관계자들과 전당대회 행사장에 입장한 김 후보와는 달리 한 후보는 친한계 인사들과 등장하며 세력을 과시했다.
한 후보가 언제쯤 정치일선에 '재등판'하게 될지는 분명치 않다. 일단은 6·3 대선 결과가 관건이다. 한 후보가 대선 때까지 국내에 머물지, 아니면 야인(野人)이 된 유력 대권주자들의 '공식'처럼 해외로 나갈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선 직후 바로 당권에 도전하는 길은 2017년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이 그해 당대표로 나섰던 게 결국 2018년 지방선거 패망으로 오히려 독(毒)이 됐다는 점에서 걸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6년 6·3 지방선거 이후 등판이 유력해보인다. 이 경우 2028년 총선 공천권과도 직결될 수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YTN 방송에서 "한 후보에게는 이른바 배신자 혹은 탄핵을 찬성했다는 비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44%의 저력을 보여준 것은 앞으로 충분한 상징자본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본인의 장점을 얼마나 살린 것들을 보여주면서 선대위에서 (얼마나)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이런 부분들도 앞으로 본인이 보수정당에서 차기 지도자로 인정받는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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