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단단한, 배우 김소향 [D:PICK]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9.19 08:37  수정 2023.09.19 08:37

외적인 몸집 자체는 작지만, 실질적으로 쌓은 업적이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에서 ‘작은 거인’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160cm를 조금 넘는 키, 50kg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의 김소향도 공연계에선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폭발력을 지닌 가창력, 단단한 발성 때문인지 무대 위에서의 김소향의 존재감은 무서울 정도로 거대하다. 심지어 작고 가냘픈 첫인상과 달리 다시 보면 몸 구석구석 근육마저 탄탄하다.


ⓒ뉴시스

‘아이다’ ‘맘마미아’ ‘드림걸즈’ ‘모차르트!’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퀴리’ ‘마타하리’ 등 그가 선보였던 작품들의 면면은 매우 화려한데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뮤지컬 ‘프리다’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가 인생 마지막 순간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생애를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김소향은 ‘프리다’가 202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트리아웃 공연(시험 공연)을 선보일 때부터 이 작품에 함께 했고, 지난해 소극장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의 초연에도 타이틀롤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관객을 맞은 재연 무대에서도 프리다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김소향은 압도적인 성량,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프리다 그 자체’라는 평까지 받았다.


김소향이 지금처럼 작지만, 단단한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잡초’같은 그의 성격 때문이다. 곱게 자란 공주 같은 외모를 지닌 그는 스스로를 ‘잡초’ ‘들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도 김소향을 ‘뮤지컬계 흙수저 성공 신화’로 부르기도 할 정도로 꼬박 10년간 아무도 모르는 앙상블부터 시작해 커버, 조연 등을 거치면서 차곡차곡 바닥을 다진 노력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연으로 올라설 기회가 생겼음에도 그는 자신의 이력을 잠시 내려놓고 뮤지컬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로 향했다. 3년간 발레와 춤을 배우고, 새벽 5시까지 영어 단어를 외웠다. 닥치는 대로 작품에 출연하다 보니 ‘제작진, 배우가 궁금해하지 않는 배우가 된 것 같다’는 이유에서 한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고되긴 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도 남겼다. 우피 골드버그가 제작한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아시아 투어에서 동양인 최초로, 그것도 메리 로버트 수녀 역을 따냈다. 2017년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내한 공연을 할 당시 김소향은 석 달간 한 회도 빠짐없이 공연했고 평단의 극찬을 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EMK뮤지컬컴퍼니가 이끄는 ‘시스터 액트’의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에서도 같은 역할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제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김소향이지만, 그는 여전히 관객들에게 다음이 기다려지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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