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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선수들 포옹 사진 삭제한 中매체…6·4 천안문 사태 떠올렸나


입력 2023.10.05 04:33 수정 2023.10.05 04:33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경기에서 각각 6번과 4번 트랙에서 달려 하의에 '6' '4'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선수들의 포옹 사진이 중국 관영매체에서 삭제됐다. 1989년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언급이나 추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중국이 숫자 6과 4가 동시에 나란히 담기자 이를 검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전 직후 금메달을 딴 중국의 린위웨이가 은메달을 획득한 자국 선수 우옌니를 포옹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두 선수가 포옹하는 장면은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TV(CCTV)의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도 게재됐다. 그러나 이 사진은 돌연 삭제됐다.


숫자 6과 4는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유혈 진압한 사건인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검열되는 대상 중 하나다.


홍콩이나 대만 등에서는 매년 6월 4일이 되면 천안문에서 시위하다 숨진 이들을 기리기 위해 6월 4일 오후 6시 4분에 촛불을 드는 식으로 '6' '4'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중국에서는 언급조차 금지돼 있다.


SCMP는 "중국 당국이 천안문 사건 사진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천안문 시위와의 연관성이 지적된 후 사진이 사라졌다"며 "홍콩의 인기 인터넷 커뮤니티 LIHKG에서 조롱거리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BBC와 CNN 등 여러 주요 외신도 이를 보도했다.


BBC는 "천안문 사건에 대한 논의는 중국에서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으며, 당국은 인터넷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언급을 정기적으로 삭제하고 있다"며 "6번과 4번 스티커를 붙인 채 포옹하는 선수들 이미지가 검열됐다"고 했다.


CNN은 "두 선수의 트랙 번호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우연히 연상시켰기 때문에 사진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국경일에는 더욱 민감한 시기"라고 했다.


한편 해당 경기에서 린위웨이는 12.74초 만에 결승점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우옌니는 부정 출발로 실격처리 됐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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