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컵 보증금제 개선책’ 발표
사업 대상 확대·가맹본부 책임 강화
회수 대상 컵 재질 일원화 필요
“지자체에 단속 책임·권한 부여해야”
최근 환경부가 전국 확대 시행을 사실상 포기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관해 오히려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1일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운영실태와 개선 과제’를 통해 제도 정착과 활성화를 위한 개선 과제를 내놓았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판매할 때 300원의 보증금을 받고 컵을 반환하면 해당 금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환경부는 2002년 패스트푸드 7개 업체, 커피전문점 24개 업체 등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협약을 맺고 일회용 컵 보증제를 추진했다가 2008년 3월 폐지한 바 있다.
이번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지난 2020년 5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전국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제도 시행 직전에 준비 부족과 업계 부담 등을 이유로 환경부는 제도 시행을 6개월 연기했다. 12월 시행 당시에는 제도 적용 범위를 전국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로 축소해 환경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약 9개월간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환경부는 소상공인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2025년 제도 시행을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두 차례 시행 연기에 이어 형식도 의무에서 자율로 바뀜에 따라 환경단체와 야당에서는 사실상 제도 폐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일부터 현재까지 일회용 컵 보증금 대상 사업자는 제주도 497개, 세종시 182개다. 이는 전국 커피전문점의 0.32%에 해당한다.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도 10.8%에 불과하다.
입법조사처는 앞서 2002년 컵 보증금제 실패 주요 원인에 관해 적용 매장이 적고 교차반납 어려움으로 컵 회수율이 30%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졌고 진단했다. 더불어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이 업체 수익으로 돌아감에 따라 소비자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입법조사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하면서 대상 가맹점 확대를 주문했다.
입법조사처는 “커피전문점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음료 컵은 생활폐기물 중 하나로 지자체 플라스틱 폐기물 종합계획과 연관돼 있어 생활폐기물로 버려지지 않고 컵 보증금제를 통해 별도로 회수, 재생 원료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상 가맹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차반납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일회용 컵 반납은 음료를 구매한 동일 브랜드 매장에서만 반납이 가능하다”며 “이마저도 커피전문점 면적이 작거나 무인 매장인 경우에는 반납 의무가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가맹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차 반납에 따른 부가적인 업무에 관해서는 취급수수료 등 정부 지원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맹본부가 반환 스티커 붙여 공급해야”
가맹본부 책임 강화도 주요 과제다. 현재 보증금 대상 사업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다. 가맹본부는 기존 음료 컵과 함께 조폐공사로부터 받은 스티커를 컵과 가맹점에 보급하는 역할만 한다는 게 입법조사처 판단이다.
반면 가맹점은 가맹본부로부터 음료 컵과 스티커를 받아 붙이고 소비자에게 음료를 판매·반환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스티커가 인쇄된 컵을 공급하거나 스티커를 부착한 컵을 공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컵 공급 의미를 ‘소비자에게 음료를 담아 내놓을 수 있는 상태의 컵을 제공한다’는 영역까지 책임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도 목적을 분명히 회수 대상 컵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입법조사처는 “보증금제도 목적은 경제적 유인책을 통해 (일회용 컵) 회수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단일재질 컵을 배출하도록 해 고품질로 재활용하기 위함”이라며 “보증금 컵이 종이와 플라스틱이 혼용돼 있어 배출 단계부터 단일재질로 별도 배출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현재 혼용 사용 중인 플라스틱 일회용 컵 재질을 통일하거나 별도로 인증 체계를 마련해 재생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회용 컵 사용 매장을 컵 보증금 대상 매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현재 다회용 컵에 사용하는 재질은 폴리프로필렌(PP)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PET다.
PP 재질 다회용 컵과 PET 재질 보증금 컵이 같은 지역에서 혼용·배출·수거되면서 재활용 공정에 뒤섞여 투입된다.
입법조사처는 “다회용 컵 재질을 플라스틱이 아닌 재질을 사용하도록 하거나 다회용 컵 매장을 컵 보증금 매장으로 전환을 유도해 보증금 제도 체계를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회용 컵 처리를 일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만큼 책임과 권한 부여도 필요하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컵 보증금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대상 매장에 과태료 부과도 지자체가 수행하고 있다”며 “보증금 제도 책임과 권한을 지자체가 구현할 수 있도록 환경부 차원 표준조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