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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속도 내겠다는데…뭐가 그리 불편한가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10.19 12:03 수정 2023.10.19 12:5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국산 첨단 방산 기술 과시한 ADEX 바라보는 진보진영의 불편한 시선

아덱스저항행동 기습 시위…한국산 무기가 해외 분쟁 유도?

방산 내재화 포기는 자주국방 포기와 마찬가지

아덱스 2023 야외 전시장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지난 17일부터 오는 22일까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진행 중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아덱스) 2023’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로템, LIG넥스원, 풍산, 기아 등 국내 방산업체들은 다양한 첨단 무기들을 공개하며 방산 기술력을 뽐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명품 자주포 ‘K9’과 신형 전투형보병장갑차(IFV) ‘레드백’, 현대로템의 국산 주력 전차 K2의 성능개량 모델 ‘K2EX’, 기아의 수소연료전지 군용 드론 등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KAI의 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보라매였다. KF-21은 이번 아덱스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시범비행을 선보였다.


훈련기에서 파생된 경전투기, 혹은 근접항공지원(CAS) 용도의 FA-50과 달리 KF-21은 제대로 된 제공 능력을 갖춘 4.5세대 전투기다. 앞으로 업그레이드를 통해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대한민국의 주력 전투기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F-21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종 부품과 무기체계의 국산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번 행사에서 LIG넥스원은 독일 디힐디펜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KF-21에 탑재될 단거리 공대공 유도탄 IRIS-T의 국내 생산 및 정비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KF-21의 ‘심장’인 F414엔진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국산 차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F414엔진은 한화에서 생산하지만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기술을 가져다 면허 생산하는 수준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지난 18일 아덱스 한화 통합부스를 방문해 차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KF-21이 시범 비행을 하고 있다. ⓒKAI

대한민국 영토와 하늘을 지킬,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 든든한 최첨단 무기들을 선보이는 축제의 장이었지만, 이곳에 찬물을 끼얹는 불청객도 있었다.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아덱스저항행동’ 활동가들이 현장을 찾아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들은 2013년부터 아덱스를 ‘죽음의 시장’이라고 비난하며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일부 진보 매체에서도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나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언급하며 아덱스와 같은 방산 전시회가 세계 각지에서 전쟁을 부추긴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무기가 ‘살상’을 일으키는 것도 맞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 국산 무기가 일부 분쟁 지역에서 사용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어떤 무기도 특정 국가가 독점 생산하지는 않는다. 한국산 무기 수출이 중단된다고 해서 각국의 분쟁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무기를 만들어 그들에게 공급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침략’이 아닌 ‘방어’를 위해 무기를 만들고 사들인다. 무기를 만드는 산업을 ‘방위산업’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폴란드가 한국으로부터 K9 자주포와 K2 전차, FA-50 전투기를 사들인 것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아덱스를 비난하는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서방국들은 살상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고 러시아의 침공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걸 지켜만 봐야 한다.


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디니아항에서 열린 한국산 K9 '선더' 자주포와 K2 '흑표' 전차 입고식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역으로, 아덱스저항행동과 같은 진보 단체들이 북한의 핵 개발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나아가 분쟁국들에 대한 무기 밀수출, 최근 이뤄진 러시아에 대한 포탄 공급 등에는 아무소리 않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러시아는 현 시점에서 국제 공인 침략국이고, 북한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잠재적 침략 세력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해외 수출을 중단하고 국내 방위용 무기들만 생산토록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어떤 산업이든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방위산업은 더더욱 그렇다. 단 하나의 소비자(한국군)만 보고 생산설비를 운영했다가는 공급 단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뛸 수밖에 없다.


일본 방산업체들은 한국산과 비슷한 사양의 무기를 한국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자국 정부에 공급한다. 전범국인 일본의 무기수출이 제한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아예 방위산업을 해체하고 수입에만 의존했다가는 자주국방의 꿈은 버려야 한다. 현대의 최첨단 무기들은 지속적인 정비와 개량, 군수지원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좋은 무기도 막상 사용해야 할 때 해당 무기를 생산한 곳으로부터의 지원이 끊긴다면 고철에 지나지 않는다. KF-21 전력화를 위해 제작사인 KAI 뿐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여러 방산업체들이 부품과 무기체계 국산화에 힘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산을 내재화하고 아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첨단 장비들까지 국산화하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게 자주국방의 정석이다.


진보 진영에서 원하는 게 한국산 무기의 수출 중단인지, 한국 방위산업의 해체인지, 아니면 한국군의 무장 해제를 통한 북한의 남진통일인지 모르겠지만, 그 중 어떤 것도 보편적 동의를 얻을 순 없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기에 의한 살상을 막고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라면, 대규모 인명 살상을 야기하고 있는 러시아나 중동의 테러단체, 나아가 우리 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북한으로 시위의 방향을 돌릴 것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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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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