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개최지 선정
사우디와 '박빙' 승부…결선투표서 역전극 노린다
치밀한 '심리전'도…"끝까지 최선 다할 것"
내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9회 말 역전극을 꿈꾸며 막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유럽·아프리카·중남미를 집중 공략하며 표심 잡기에 들어갔다.
현재 2030 엑스포 유치에 도전한 도시는 한국의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총 3곳이다. 2030 엑스포 유치전의 현재 판세는 기본적으로 사우디와 한국이 강하게 경합하고, 이탈리아가 따라붙는 '2강 1중' 구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유치전에 뛰어들어 강력한 '오일 머니'를 내세운 사우디가 초반 우세한 흐름을 보였지만, 한국이 치밀한 전략으로 임한 끝에 거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 등과 13개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총 1640만8822㎞, 지구 409바퀴를 돌며 각국 정상과 유력 인사 2308명을 만났다. 이달에도 윤 대통령과 한 총리, 박 장관 등의 일정이 추가돼 민관이 지금까지 만난 인원은 총 175개국 2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정말 많이 사우디를 추격해 정말 '할 만하다'고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단 정부는 다음 달 프랑스 파리 BIE 총회에서 열리는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득표(122표) 도시가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과 사우디·이탈리아가 참여하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182개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 득표를 확보하지 못하면 1~2위 득표 도시를 대상으로 2차 투표가 진행돼 더 많은 득표를 한 도시로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데 여기서 역전을 노려볼 만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사우디는 1차 투표에서 마무리 지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어쨌거나 우리는 1차에서 최대한 득표를 하겠다는 게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라며 "아직 입장이 미정인 국가들을 대상으로 지지를 마지막 단계에서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2차 결선 투표도 차분히 대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아프리카·중남미·유럽이 '캐스팅보터'가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적극 설득에 돌입했다.
우선 1차에서 이탈리아 지지표가 많은 것으로 예측되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의 표를 흡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속에서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덕수 총리는 29일부터 시작된 순방에서 이틀간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방문해 대(對) 유럽 가치 외교를 강화하고, 기후변화와 공급망 등 경제 안보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 핀란드에서는 페테리 오르포 총리와 각각 회담할 예정이다.
대륙 면적 대비 회원국 수가 많은 아프리카(49개국)나 중남미 등 미주 지역(32개국) 잡기에도 골몰하고 있다. 한국은 사우디의 금전적 지원과 차별점을 두면서, 엑스포를 통해 우리의 발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아프리카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민·관 경제 사절단을 활발히 파견해 대상 국가가 희망하는 '맞춤형 경제협력 강화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번 순방에서 말라위·토고·카메룬도 방문하는데, 이같은 메시지를 지속 전달하고 올 것으로 보인다.
박진 장관도 지난 26일 화상으로 주재한 아·태 및 미주 지역 공관장회의에서 공관장들에게 "엑스포 개최지 투표일까지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필사적으로 교섭해 달라"며 "엑스포 유치 교섭의 최전선에 있는 공관장들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각오로 최후의 순간까지 단 한 국가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교섭을 전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부는 치열한 '심리전'도 빼놓지 않고 있다. 최대한 득표 전략을 노출하지 않고 물밑 작업을 통해 조용히 역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박 장관이 지난 9월 파리에서 7개국 BIE 대사들을 만나면서 상대를 비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막판까지 경쟁국과 아주 치열한 전략으로 경쟁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일정이나 내용은 거의 공개할 수가 없다"며 "그저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