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대표, 이슬람 혐오 발언 등으로 살해 협박 당하고 있는 인물
반(反)이민자 및 반이슬람 정책 등을 내세운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네덜란드 총선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은 22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자유당이 하원 총 150석 중 35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35석은 지난 2021년 총선에서 자유당이 얻었던 17석의 2배가 넘는 숫자다. 2위가 유력한 녹색당·민주당 연합은 26석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현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은 23석으로 크게 밀려났다.
AP는 “이민자와 이슬람교에 대한 반감이 커져 있는 네덜란드 유권자들이 ‘이민 쓰나미를 끝내겠다’고 공언한 자유당의 손을 들어줬다”며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자유당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의 일부 과격한 언행을 오히려 강력한 추진력으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생김새부터 행보까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흡사해 '네덜란드의 트럼프'라고 불린 인물이다. 그는 그동안 이민자에 대한 망명 허용 중단과 강경한 반이슬람 정책, EU 탈퇴 등 철저한 ‘네덜란드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왔다. 그러나 과한 단어 선택과 지나친 어조 등이 문제가 돼 여러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유세에서 빌더르스는 “모로코인이 더 적게 사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해 '모욕과 증오 차별 선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으며, 2017년엔 “이슬람 신자 같은 잠재적 테러범들을 증거 없이도 구금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네덜란드 내에 있는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당했다.
빌더르스는 이날 선거 결과를 듣자마자 “내 팔을 꼬집어야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고, 이어 “유권자들이 ‘우리는 기존 이민 정책 등에 질렸다. 속이 메스껍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인이 이 나라에서 다시 1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 예고했다.
그러나 빌더르스가 강경 정책을 끝까지 관철 시킬 수 있을 지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내각을 구성하려면 과반 이상의 의석이 필요하다. 자유당은 다른 정당들과의 연정을 통해 안정적인 내각을 추진해야 상황이지만, 네덜란드의 다른 정당들은 자유당과의 연정을 꺼려하고 있다.
AP는 “무슬림에 대한 지나친 발언으로 비난을 받아온 빌더르스는 살해 협박 등을 당하며 여러 차례 법정에 선 인물”이라며 “기존 기득권 정당은 그에 대한 반감이 크고, 엮이고 싶지 않아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