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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형 연동 vs 생계형 병립"…선거제에 양분된 민주당, 의총서 격돌 예고 [정국 기상대]


입력 2023.11.30 00:00 수정 2023.11.30 00:0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이재명 "지면 무슨 소용" 병립형 신호탄에

당내 소신파 "소탐대실, 선거제 퇴행 안돼"

친명계, '정권심판' 위한 병립형 회귀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선거제)을 두고 내부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 비율 연동)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쪽과 과거 '병립형'(정당투표만으로 결정)으로 돌아가는 게 원내 제1당을 이어가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태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사실상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시사한 만큼, 원칙의 이행을 촉구하는 소신파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당이 사분오열된 전력이 있던 만큼, 30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도 고성이 오가는 난상토론이 예상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예정했던 의원총회를 30일로 미뤘다. 선거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더 충분한 논의를 위한 시간을 갖겠다는 이유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제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만,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며 "그동안 의원총회나 정개특위에서 선거제 개편 관련한 집중적인 논의가 없었고, 여야 협상도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약속했던 연동형이 아닌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시사한 발언'에 대해선 "의총에서 관련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원내)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사실상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시사했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꼼수'라고 지적받은 위성정당 출현을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이같은 방향의 정치개혁을 실천하라고 반발한다.


선거제 개편에 앞장서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선거 승리를 위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다는 건 '소탐대실'이다. 이겨서 신뢰를 얻는 게 아니라, 신뢰를 얻어야 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탄희 의원은 자신의 현 지역구(경기 용인정)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들(168명)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병립형 비례제와 위성정당의 출현을 반대하며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선거제를 놓고 민주당이 쪼개진 셈이다.


김상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5명은 전날(28일) 이같은 개정안을 내놓으며 "현행 선거제도를 과거로(병립형으로) 회귀하겠다는 것은 정치개혁의 의지를 우리 스스로 뒤집는 꼴"이라며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여 어느 정당도 직접적인 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도 같은 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연대와 공생' 포럼 기조연설에서 "(민주당이)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양대 정당이 의석 독과점을 위해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병립형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현실을 고려한 병립형 비례제 회귀' 가능성에 동조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해 경쟁할 경우 '패배'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아예 병립형으로 돌아가거나, 준연동형 비례제 현행 유지가 된다면 지난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대안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SNS에 공개한 총선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민주당이 연동형을 택하고 위성정당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총선에서 16.45석을 잃지만 국민의힘은 9.55석, 정의당은 2.3석을 각각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동일한 득표를 얻더라도 어떤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택하고, 위성정당을 만드는지에 따라 의석수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이 대표 최측근인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SBS라디오에서 ""지난 총선에서 가장 잘못됐던 것은 현재의 야당연합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단독 통과했던 것"이라며 "병립형이든 준연동형이든 다 열어놓고 얘기할 수 있다"고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진성준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병립형으로의 회귀 의견이 당내에 많은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많다고 생각한다"며 "(준연동형 유지시) 윤석열정권을 심판하겠다라고 하는 애초 당의 방침이나 목표와는 상반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심판을 위해서라도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못박은 셈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선거제로 당이 또 갈라지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당시보다 현재는 의원 각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기 때문에 의총에서 상당한 마찰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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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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