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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 표 브라이언, ‘바로크’ 일그러진 진주의 아름다움 [홍종선의 연예단상㉜]


입력 2023.12.07 10:53 수정 2023.12.09 13:57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예수 연상시키는 외양으로 빚은 악역 캐릭터의 독특함

‘독전2’ 차승원, 최강 비주얼 장점 빼고도 매력 뿜뿜

배우 차승원 ⓒ이하 넷플릭스 제공


‘독전2’(감독 백종열, 제작 용필름, 제공 넷플릭스)에 대한 혹평이 많지만, 차승원이 빚은 브라이언 그리고 브라이언을 탄생시킨 차승원의 연기는 호평하고 싶다. 마음을 뺏긴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를 한 데 품어낸 응축이다.


차승원 표 브라이언은 겉과 속이 다르다. 외양은 고난의 십자가에서 이제 막 내려져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예수의 모습인데, 속은 이보다 차분하게 교활할 수 없는 복수의 화신이다. 말은 느릿느릿 사뭇 종교적이고 철학적 풍미를 내뿜는 형식인데, 말의 내용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계략일 뿐이다.


또 하나의 이질적 결합은 대한민국 배우 최장의 ‘기럭지’로 최강의 섹시미를 발산하는 모델 이력의 차승원이 등을 펴지도 못한 채 휠체어에 앉아서 하양도 아니고 허연 수염을 내보이며 몸이 뒤틀린 채 연기한다는 것이다. 1편 마지막, 용산역 실내 광장 한가운데서 등이 태워진 채 버려진 결과다.


1편의 마지막, 독전2 브라이언의 시작 ⓒ

차승원의 몸을 빌려 움직이는 브라이언을 보며, 브라이언을 표현하는 배우 차승원을 보며 ‘일그러진 진주’라는 어구가 떠올랐다. 표면이 매끄럽고 영롱할수록 우아미가 도드라지는 진주지만. 비뚤비뚤 우글쭈글해진 진주가 뿜어내는 오묘하고 다채로운 아름다움이 있다.


동그란 단면이 보여주는 곡선의 반사광이 아닌, 일그러지고 이지러진 단면마다 새로이 빛나는 복잡다단한 화려함과 역동성이 새로운 아름다움을 열어 보인다. 17~18세기 유럽의 건축과 미술, 음악에서 두루 볼 수 있는 ‘바로크’가 확인시킨 아름다움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전설적 마약왕 ‘이 선생’이 되고 싶은 자를 보며 예수의 외양을 연상하고, 21세기 캐릭터에서 우연과 자유분방이 넘치는 감성적 바로크를 떠오르게 하다니, 배우 차승원의 힘이다.


새로운, 악인의 비주얼 ⓒ

“누워 있을 때 예수 같기도 하다는 말은 현장에서 있었지만, 의중에 두고 연기한 건 아니에요. 그렇게 보이셨다면, 그런 분들이 계신 거면, 보시는 분의 해석이고 영화나 드라마는 만들어지고 나면 그분들의 것으로 생각해요. (혹평이나 호평) 평가는 제 몫이고요.”


“1편에서도 브라이언은 유사한 말과 행동을 했잖아요. 2편에서 좀 더 종교적인, 철학적인 색깔을 가미한 거예요. 몸에 심한 데미지(상처)를 입고, 한번 확 변한 모습인 거죠. (등이 굽고 몸이 마비되는 등의) 신체적 압박에서 나오는 변화가 있지 않겠나, 그런 지점에 관한 고민을 했어요. 그 결과, 1편에선 좀 허황하고 허풍도 심했다면 이번엔 한번 큰일을 겪고 나서 사람이 한번 환기된, 그런 인물로 보이고자 했습니다.”


차승원, 표정 연기로도 충분 ⓒ

브라이언만 극 중에서 환기된 게 아니라, 차승원도 ‘독전2’ 브라이언으로 인해 배우로서 환기됐다. 배우로서의 표현 무기들을 제한당하고도 충분히 캐릭터를 빚어낸다는 것을 과시했고, 차승원이 걷고 뛰고 아니 서 있는 모습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상기시켰다.


“이런 비주얼은 처음이라 재미있었어요. 현장에서도 얼굴만으로 연기하니까, 몸을 다 쓰지 않고 얼굴만 쓰니까, 힘들 때도 있지만 쾌감이 있었습니다. 피지컬(육체)을 다 보여주려면 후반에라도 일어났어야 하는데(웃음). ‘이제 일어나있는 영화만 해야지’ 싶기도 해요. 3편에서 일어나면 어떨까 싶어요.”


New 이 선생, 마약왕의 탄생 ⓒ

배우 차승원은, 브라이언은 ‘독전2’에서도 이미 일어섰다. 브라이언은 여전히 앉아있었으되, ‘꼬마 잡힌 채’ 질질 끌려다니는 척했지만 스스로 칼자루를 거머쥐고 상대가 칼날을 잡게 한 채 ‘시간의 싸움’에서 이기며 복수를 완료했다. 차승원은 앉아서 연기했으나 배우로서 한 발 더 내딛는 행보를 확인시켰다.


그런데 3편이라고? 이 선생을 잡고 싶은 자 ‘원호’(조진웅 분), 이 선생을 만나서 인생의 한을 풀고 싶은 자 ‘락’(오승훈 분), 이 선생을 지키고 싶은 자 ‘큰칼’(한효주 분)가 모두 사라진 현재. 이 선생이 되고 싶은 자 ‘브라이언’이 끝내 마약왕에 등극한 지금. 마약이 시대의 화두가 된 현시점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최강의 독특하고 최악으로 영리한 재벌 빌런의 탄생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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