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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신뢰도 타격...CFD·랩·신탁사업 ‘내리막’


입력 2023.12.14 07:00 수정 2023.12.14 07:00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증거금 포함 잔고 1조1801억...라덕연 사태 이전 대비 57%↓

편법 운용 논란에 자산관리 상품도 자금 이탈...은행은 ‘유입’

증권사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올해 증권사들의 불완전 판매 및 불건전 영업 논란이 불거진 차액결제거래(CFD)와 랩어카운트·신탁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CFD는 규제를 강화해 거래가 재개됐지만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랩·신탁 사업 역시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증거금이 포함된 CFD 잔고는 1조1801억원으로 집계됐다. CFD 계좌를 악용한 ‘라덕연 사태’ 전인 지난 3월 말 잔고(2조7697억원) 대비 57.4% 줄어든 수준이다.


증거금을 제외한 잔고는 5862억원이다. CFD 거래가 재개된 지난 9월 1일(6820억원)과 비교하면 14.07% 감소했다.


CFD는 증거금만 내면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 가격변동 위험에 투자해 차액을 얻을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차입(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 4월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통로가 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신규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관련 제도를 손질했다. 이후 9월 1일부터 투자자 요건을 강화한 CFD 서비스가 재개됐지만 다시 영업에 나선 증권사는 기존 13곳 중 7곳에 그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만 유일하게 신규로 서비스에 진입했다.


증권사들이 CFD 재개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감시망이 가동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일부 증권사들이 비대면 CFD 계좌 개설 시 본인확인 절차를 생략하거나 투자 위험을 축소해 안내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도마에 오른 탓이다. 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와 CFD 규제·요건 강화도 거래를 위축시켰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회사들이 단기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CFD의 영업을 수행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단기 판매성과 중심의 보수 체계에서 장기 고객성과 중심의 보수 체계로의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펀드 상담 창구 전경.(자료사진)ⓒ연합뉴스

랩어카운트·신탁사업도 고금리 속 금융당국의 운용실태 조사 여파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잔액)은 95조2748억원으로 1월 말(114조2376억원) 대비 16.6% 줄어들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수수료를 받고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알아서 운용하는 일임형 랩과 투자자문사들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 랩으로 나뉜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투자처를 다각화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단행된 급격한 금리 인상과 함께 투자 손실, 금융당국의 조사 등이 이뤄지면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랩·신탁의 손실 회피를 위해 만기 불일치(미스매칭)과 채권 파킹, 자전거래 등 편법 운용을 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지난 5월부터 전방위 실태 검사를 진행해왔다.


특정금전신탁 역시 마찬가지로 부지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증권사 특정금전신탁 잔고는 10월 말 기준 211조7403억원으로 1월 말 237조9679억원에서 11% 감소했다. 은행 수탁액이 지난 1월 370조2716억원에서 10월 382조2061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탁은 크게 금전·재산·종합재산으로 구분된다. 금전신탁의 경우 고객이 투자처를 지정할 수 있느냐에 따라 특정금전신탁과 불특정금전신탁으로 나뉜다. 특정금전신탁은 금융기관이 주식·예적금·채권·단기금융상품 등 고객이 지정한 방법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한다.


이 중 비중이 큰 특정금전신탁을 두고 은행과 증권사가 경쟁하고 있지만 작년 고금리로 은행 예금에 자금 쏠림이 나타나면서 증권업계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형 랩·신탁에 대한 투자자 불만이 커졌고 감독당국도 이를 주시하고 있어 사업의 불황이 길어질 수 있다”며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을 찾지 못한다면 은행과의 수탁액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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