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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공중전에선 한동훈이 기선 제압…지상전은? [총선 D-100 ③]


입력 2024.01.01 16:48 수정 2024.01.02 06:4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대권 선호도, 한동훈 24% 이재명 22%

이재명 19~22% '박스권' 오가는 동안

한동훈 11% → 24% '수직 상승' 이뤄

'지상전' 맡을 인재영입, 양당 모두 부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국운(國運)을 좌우할 2024년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흔히 선거의 3대 요소를 인물·구도·바람이라고 한다. 이 중 총선에서의 중요성으로 따지면 '바람'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이 '구도'이며, '인물'은 마지막이라고 한다.


맹자에 이르기를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했지만, 총선에서는 반대인 셈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공천해도 '구도'가 좋지 않으면 표가 분산되며, 하물며 나아가야 할 때가 맞지 않아 역풍이 강하게 불면 낙선을 면치 못하는 법이다.


2024년 4·10 총선이 정확히 100일 앞으로 다가온 이 때, 인화 즉 '인물'을 살펴보면 어떤 상황일까.


국민의힘이 김기현 전 대표를 내리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새로이 총선의 '얼굴'로 내세우면서, 양당 '대표 얼굴'의 인물 싸움에서는 일단 국민의힘이 기선을 제압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장래 대통령 선호도를 설문한 결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가 나왔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한 위원장이 이 대표에 2%p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주목할만한 지점은 '추이'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5월부터 같은 조사를 시행해왔다. 지난해 5월 30일~6월 1일 설문에서는 이 대표가 22%, 한 위원장은 11%였다. 이후 9월 5~7일 설문에서는 이 대표 19%, 한 위원장 12%, 10월 10~12일 설문에서는 이 대표 22%, 한 위원장 14%, 11월 7~9일 설문에서는 이 대표 21%, 한 위원장 13%, 지난달 5~7일 설문에서는 이 대표 19%, 한 위원장 16%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말 이래 8개월 간의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9~22% 사이의 '박스권'을 못 벗어나며 정체된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위원장은 같은 기간 11%에서 24%로 수직 상승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세는 한 위원장이 이 대표보다 좋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이 '이월상품'보다는 '신상'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단 한동훈 위원장이 새롭고 신선한 면이 있다"며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22년 8·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이래, 1년반 가까이 당을 이끌어오면서 계속되는 내홍에다가 개인신상을 둘러싼 두 차례의 체포동의안 상정 등을 거치며 이미지에 피로감이 쌓였다"고 분석했다.


'바람'은 정부견제론이 우세해 불리하고 '구도'는 여야 양당이 모두 분열해 유불리를 쉽게 점치기 어려운 반면, '인물' 싸움에서는 일단 집권여당이 한동훈 위원장을 세우면서 기선을 제압한 모양새라는 설명이다.


'차기 대권' 이준석 3%, 이낙연 2% 기록
'신당 성공시킬 대권주자 되나' 갑론을박
안철수, 2016년 총선 앞두고 8%로 신당
성공시킨 뒤 21%로 급등한 선례 있긴 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장래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 추세. 12월 28~29일 설문만 중앙일보 의뢰이며, 나머지는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 결과다. ⓒ데일리안

같은 조사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3%,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2%의 장래 대통령 선호도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한 위원장, 이 대표 바로 뒤의 3위였지만 두 사람과의 격차는 컸다.


신당의 필수 성공 요소가 '대권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과 "역시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맞서는 상황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이라는 '제3지대 신당'을 차리는 모험에 나섰던 안철수 의원의 차기 대권 지지율은 2015년 11월 10~12일 설문에서 8%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에게 크게 뒤처져 있었다.


안 의원의 차기 대권 지지율은 탈당과 신당 창당 이후로도 계속 그 수준에 정체돼 있었으나, 이듬해 4월 총선을 치러본 결과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며 대성공을 거두자 급등했다. 총선 직후에 실시된 2016년 4월 26~28일 설문에서 21%로 단숨에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총선 참패 직후 지지율이 주저앉은 김무성 대표(3%)는 물론 박원순 시장(6%)과 문재인 전 대표(17%)마저 제쳤던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선거 결과에 후행하는 성격이 있다"며 "2020년 총선 때 민생당처럼 당의 주요 정치지도자가 아예 차기 대권 지지율이 잡히지 않는 상태라면 선거를 치르기 곤란하지만, 2~3%라도 잡히는 상태라면 신당의 성공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관측했다.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을 성공시켰다지만 당시 안 대표의 차기 대권 지지율은 10% 내외로 낮지 않았던 수준"이라며 "2~3%와 10% 내외는 차이가 크다. 신당을 성공하기 위한 요소인 '유의미한 대권주자의 존재'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공중전'을 맡을 '대표 얼굴' 싸움에서 한동훈 위원장을 내세운 국민의힘이 기선을 제압한 상황이라면,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지상전'을 담당할 인재 영입 싸움에서는 양당 모두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구조적으로 '깜짝 놀랄만한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점수가 90점이라고 평가한 대통령실 수석 자신이 국회의원을 지냈던 서울 지역구를 등지고 충남 고향으로 내려가는 판국에 어떻게 인재를 영입해 서울에 출마하라고 떠밀 수 있겠느냐"라며 "서울·수도권의 '바람'이 좋지 않아 인재영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서울·수도권 의석 대부분을 이미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인재영입이 쉽지 않다"며 "인재를 영입해 현역 의원과 경선을 시키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현역 의원을 컷오프하고 공천을 주겠다'라는 약속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친이재명·운동권 도덕성 리스크'
국민의힘 '검사·관료 부적절 처신 리스크'
野, 고문치사·보복운전 부적격 사례 몸살
與, 현직 장관·검사가 '출판기념회' 홍보


현직 중앙부처 장관이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홍보하는 내용. 이 장관은 총선 차출이 이미 예고돼 있기는 하지만, 후임으로 지명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실시되지 않아 아직 현직 장관인 신분에서 출판기념회 홍보는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독자 제공

'인물'과 관련해 또 하나의 변수는 민주당의 경우에는 '친명·운동권 도덕성 리스크', 국민의힘의 경우에는 '현직 검사·관료 차출에 따른 리스크'가 꼽힌다. 신중치 못한 처신이 전체 선거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공직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운동권의 '도덕성 리스크'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정무특보인 정의찬 전남 해남완도진도 예비후보가 최근 남총련 의장 시절 민간인 고문치사 전과가 문제가 돼 결국 낙마했다. 또다른 당대표 특보도 과거 성비위 의혹 등 신변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검증 신청을 쉽사리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친이재명)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은 최근 '보복운전'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검증위에서 '부적격' 판정이 떨어지자, 그 보복운전은 대리운전기사가 한 것이라며 "대리기사를 찾기 위해 전국 9700곳 대리기사 업체를 모두 찾아가기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직 검사나 관료의 총선 차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직을 그만두기 전부터 신중치 못한 처신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김모 부장검사는 현직 부장검사 신분이면서도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고향인 창원 지역에 "나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다.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오는 6일에는 창원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이를 보고받은 이원석 검찰총장은 "비상식적이고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부처의 현직 장관도 배우자와 함께 한복을 입고 새해 인사를 올리는 모습과 함께, 오는 7일 경기 수원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겠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장관은 총선 차출이 예고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아직 후임으로 지명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조차 시작되지 않아 엄연히 현직 장관 신분이라는 점에서 출판기념회 홍보는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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