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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가 없다'…자로 잰 듯한 한동훈 광폭행보


입력 2024.01.09 00:00 수정 2024.01.09 00:28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韓, 빠르게 당 장악하며 안정감 확보

설화 논란 빠른 사과로 미담 승화

5·18 등 불필요한 논쟁 확산 차단

1박2일 부산…민심 수습 시의적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노련한 정치인을 방불케하는 안정감으로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정확한 판단력과 좌고우면 없는 신속한 결단으로 불필요한 논쟁은 피하면서 오롯이 정치적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초기에 구축했다는 점에서다. 취임한 지 불과 2주 만의 일이다.


시작은 민경우 전 비상대책위원 설화에 대처하는 태도였다.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한 위원장은 사과했으며, 직접 대한노인회에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이는 지난해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당시 끝내 사과하지 않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교되며 악재를 미담으로 승화시킨 사례가 됐다.


분명한 원칙을 세워 당내 극단적 혐오 발언이 나오는 것을 조기 차단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일 국민의힘 소속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에 대해 윤리위 징계 절차 착수를 지시한 바 있다. 허 의장이 5·18 관련 폄하 내용이 담긴 특정 간행물을 배포한 게 문제가 됐다.


이를 겨냥한 듯 한 위원장은 지난 5일 중앙당 시무식에서 "우리 당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과 함께하겠지만, 국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 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들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그런 언행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우리 당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이 발생하자 즉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라며 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 사례다. 사건에 대한 단호하고도 빠른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당내 다른 목소리나 잡음이 나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현안에 대한 발빠른 대처는 한 위원장이 수차례 강조했던 태도이기도 하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와 신년사를 통해 "무기력 속에 안주하거나, 계산하고 몸 사리지 않겠다"며 "국민의 비판을 경청하며, 즉시 바꿔나가겠다"고 다짐했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보수정당 하면 엉덩이가 무겁고, 한발 느리고, 수비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한 위원장 취임 이후 스마트하고 기민한 대처를 하는 정당으로 바뀌고 있다"며 "정치 신인이어서 초반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지금까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예상되는 쟁점을 선제적으로 대처해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어내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재명 대표 병문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일반 병실로 옮겼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일찌감치 병문안 의사를 이 대표 측에 전달하고 공개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공천관리위원장 임명도 비슷한 사례다. 다양한 인물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이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며 갑론을박 끝에 결론이 나는 게 일반적이나 이번에는 달랐다. 한 위원장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빠르게 발표하면서 이 모든 과정이 모두 생략된 것. 공관위원장 인사를 앞두고 이해관계 대립이나 줄 세우기를 할 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한 위원장은 오는 10일부터 11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한다. 신년인사회 참석을 계기로 전국을 돌고 있지만 1박을 하며 지역에 머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첫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도 이번 부산 방문 때 가동할 방침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뒤 흔들리는 부산 민심을 잡고, 국민의힘 지지를 독려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관련 '서울대 병원 특혜 이송' 논란으로 부산 의료계와 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 상황이어서, 한 위원장의 이번 방문과 회의 개최는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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