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새순" 발언 이후
연일 인적쇄신 행보에 당내 긴장감
비명계~86 운동권 여조 배제 파열음에
임종석·이언주 총선 거취 화약고 부상
4·10 총선이 오는 20일 기준 꼭 50일을 앞두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부는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이 잦아들지 않으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정한 심사를 강조했음에도 공관위 역할보다는 이재명 대표의 직접적인 칼질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일부 의원의 이름을 배제한 여론조사 진행도 맞물리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새 술은 새 부대에"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는 메시지를 내며 공천 물갈이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일부 전현직 중진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해 사실상 불출마를 종용하고,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과 회의를 열어 재판 중인 의원을 겨냥한 '밀실' 컷오프 논의를 했다는 설까지 제기돼 파열음이 커지는 중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말 전후 몇몇 지역구에서 비명계 후보의 이름을 제외한 여론조사가 잇달아 실시되며 당 내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우선 4선 중진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서 홍 의원 대신 이동주 의원(초선·비례대표)과 영입인재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 이인영(4선·서울 구로갑), 노웅래(4선·서울 마포갑), 송갑석(재선·광주 서갑) 의원의 이름이 제외된 여론조사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들이 친명 후보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GT 배우자 인재근 의원 불출마 종용에 이어
임종석 전 실장 서울 중·성동갑 공천 뇌관
친명 97 한총련 vs 이전 운동권 세대 갈등
앞서 이 대표가 지칭한 '져야 하는 떡잎'에는 반대파인 '비명(비이재명)계' 뿐 아니라, 친명 중심인 97(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 한총련(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세대에 앞서 활동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속속 포함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에선 97 한총련 운동권 세대가 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신)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운동권의 퇴진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86 운동권 중에서도 친명을 제외한 친문(친문재인)·비명 인사들에게 화살이 향하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당화 인증' '공천이 아닌 사천' 등의 비판이 터져나온 첫 단추는 인재근 의원(3선·서울 도봉갑)의 불출마 결심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직접 일부 전현직 의원들을 접촉해 공천 관련 의견을 전달했고, 인 의원은 이 대표와 출마 여부를 논의한 끝에 지난 14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인 의원은 민주화 운동의 대부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의 배우자이다.
민주당의 과거 운동권 주도 세력에 대한 정리는 인재근 의원이란 상징적인 인물에만 그치지는 않았다.
'86 운동권 세대'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문제가 화약고로 부상한 상태에서, 또 다른 당내 86 대표주자 이인영 의원의 공천 여부를 두고도 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이며 임 전 실장은 3기 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당은 최근 중·성동갑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임 전 실장의 이름을 배제했으며, 대신 서울 송파갑 등 '험지' 차출론이 제기된 상황이다. 임 전 실장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기기 위해 떠나 전략 지역이 된 서울 중·성동갑에 공천을 신청했다.
임 전 실장은 당 주류의 불출마 압박에도 16~17대 국회에서 재선을 지냈던 중·성동갑 출마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와 관련해 "운명처럼 다시 성동에 돌아왔다. 또다시 성동의 당원과 지지자들께 아픔을 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여론조사에서 이름이 제외된 송갑석 의원 또한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비명계 몫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냈던 86 운동권 출신이다. 송 의원은 전대협 4기 의장을 지냈다.
노웅래 등 대상 '컷오프 밀실 회의설'에
李 사법리스크 소환되는 등 형평성 논란
이언주 전 의원 총선 역할도 계파갈등 뇌관
이 대표의 이런 칼질은 돈봉투 의혹 등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현역 의원에도 향하는 중이다.
다만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직접 전면에 나섬에 따라 '형평성 논란'까지 가열되면서, 큰 공천 잡음이 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등 친명계가 심야 회의를 열어 노웅래·기동민·이수진(비례대표) 의원들의 '컷오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은 뇌물 수수 의혹, 기 의원과 이 의원은 라임 금품 수수 의혹으로 각각 재판 중이다.
이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소환하며 컷오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노웅래 의원은 앞선 출마 회견에서 "검찰공화국의 핍박을 대표적으로 받는 게 이재명 대표 아니냐. 정치탄압을 받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도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규정에 따른 시스템 공천"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비공식 논의 구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결정적 내용의 논의를 하고 언론에 알린다면, 이는 명백한 밀실 논의이자 이기는 공천과 시스템 공천을 부정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설 연휴 기간 중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게 전화를 해 사건의 경위와 동향을 묻는 등 상황을 파악했다. 이를 두고도 사실상 불출마를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사법리스크에 연루된 현역 의원들의 공천 여부 외에도 복당을 선언한 이언주 전 의원의 거취도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저격수'로 알려진 이 전 의원은 2017년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바른미래당~국민의힘을 거치며 '반문(반문재인)' 활동을 이어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외연 확대' 차원에서 이 전 의원에게 복당을 권유했다. 복당 기자회견에 동행한 인재위원회 간사 김성환 의원은 "광의의 인재 영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 지역구 단수·경선 여부 발표 아직
하위 20% 포함 의원 개별 통보도 남아
'낙천'에 비명계 대다수 포함될까 촉각
다만 민주당의 공천 작업과 계파갈등은 아직까진 중대 고비를 만나지는 않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주까지 비교적 논란의 소지가 작은 지역구를 중심으로 단수 후보와 경선 지역 후보를 발표했다. 본선 경쟁을 고려하면 지도부가 논란 지역에 대한 결단도 마냥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주당은 조만간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개별 통보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 중 하위 10% 미만에 속한 의원은 경선에서 최대 30%의 득표율이 감산, 사실상 컷오프 대상으로 여겨져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의 경우는 경선 득표 20%를 감산한다.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의원들이 얼마나 포함될 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