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민주, '2+2 비공개 만찬 회동' 전격 취소
이재명 "연금개혁안 수용, 尹 즉각 받아달라"
요구…與 "정쟁 소재" 주장에 연기 가능성↑
22대 국회 개원 D-6…물밑 협상 치열해질 듯
여야 원내지도부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최대 현안인 원 구성 협상을 위해 마련했던 주말 회동을 전격 취소했다. 비공개로 만나 원 구성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려 마련한 자리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건 국민연금 개혁안 수용 요청이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협상해야할 안건이 갑작스레 한 건 더 추가된 만큼 국회 개원을 앞두고 원내지도부 간 눈치싸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오후로 예정했던 2+2 비공개 만찬 회동 일정을 연기하고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원래 이날 오후 국회가 아닌 서울 모처 음식점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물밑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평일이 아닌 주말을 이용해 물밑 협상을 벌이려고 했던 이유는 '22대 원 구성'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22대 총선에서 171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오는 27일까지 원 구성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등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음달 7일까지는 원 구성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6월 7일까지 원 구성을 완료하겠다"며 "특별위원회에서부터 출발이다. 이게 제일 중요하며 (특위 구성을) 안 하면 이제 우리는 더 세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구성을 하지 않으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셈이다.
이에 국민의힘 측에서는 특위 구성을 포함한 전반적인 원 구성 협상을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한 관계자는 "원 구성 협상이 제일 시급한 현안이었던 만큼 이를 자유롭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공개로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자고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번 원 구성 협상에서 법률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장과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갈등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두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에 22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과 대통령실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해 관례상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면 원내 2당은 법사위원장을 맡았으며, 운영위원장은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동이 갑작스레 취소된 건 이재명 대표가 들고 나온 국민연금 개혁안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꼭 해야 할 일인데 시간은 없으니 불가피하게 민주당이 다 양보하겠다.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며 "연금개혁을 공언한 대통령의 약속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은 민주당의 제안을 즉각 받고, 지체 없이 입법을 위한 구체적 협의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같은 이 대표의 주장을 '정치적 꼼수'로 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서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개혁안에는 연금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구조개혁을 포함한 부대조건이 포함돼 있다"며 "부대조건을 쏙 빼놓고 소득대체율 44%만 수용하면서 국민의힘이 제안한 연금개혁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하는 것 자체가 사실과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연금 개혁안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밀어붙이는 사안인 만큼 이날 원내지도부 간 회동이 열렸을 경우 협상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여당 지도부도 내부 논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 박찬대 원내지도부는 이 대표와 궤를 같이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날 회동에서 개혁안의 통과를 강하게 요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원 구성 협상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을텐데 갑자기 민주당 내에서 연금개혁 이야기로 이재명 대표에게 동조하는 움직임이 있었을 테고 그런 게 나오니까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라며 "그것 때문에 만남이 어그러진게 아닐까 싶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엿새 앞으로 다가온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난 뒤에는 여야 간 갈등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단 점이다. 이미 상임위원장 독식과 연금개혁안 역공이란 카드를 내놓은 민주당은 협상이 지연되면 국민의힘 탓으로 돌리기가 용이해진 상황이다. 그런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협상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의석 수를 믿고 프레임을 짜서 밀고 나가면 우리 입장에선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다. 민주당도 그걸 알고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이라며 "원내지도부가 전략을 다시 짜고 의원들이 함께 나서서 이를 뒷받침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