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임기 마지막날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野 '연금개혁' 단독처리 사실상 어려운 가운데
특검법은 출석 저조시 작은 이탈표로 가결 가능성
'전세사기법'엔 거부권 가능성 등 갈등 고조 전망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임박한 가운데 여야가 '쟁점 법안'을 둘러싼 신경전을 거듭하면서, 여의도는 폭풍전야를 맞은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에 대한 '21대 국회 결자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연금개혁안 처리 역시 21대 국회 임기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분출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야당의 움직임을 '정략성' '졸속입법'이라 비판하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열릴 본회의는 전날 여야 합의가 무산되면서 당장 민주당 단독으로 개의될 예정이다. 본회의에서는 21대 국회 막바지를 뒤흔든 최대 뇌관인 채상병 특검법의 재표결부터 예정돼 있다. 21대 국회내 처리가 무산될 것으로 점쳐지던 연금개혁도 막판 쟁점으로 돌출한 상태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 종료 이전에 적어도 두 가지 숙제만큼은 꼭 마쳐야 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우선 최대 민생 현안이자 국민 관심사인 국민연금 1차 개혁을 이번만큼은 매듭지어야 한다. 민주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의 여당 안을 수용했다"며 "정부·여당은 구조개혁을 핑계로 연금개혁을 한사코 미루자고 고집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또 "해병대원 특검법 역시 내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젊은 군인의 억울한 죽음과 권력의 부당한 은폐 의혹을 밝히는 일은 여당·야당·진영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소속 정당을 떠나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주권자의 명령을 받들 책무가 국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연금개혁은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면 거센 저항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어 "채상병 특검법도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통령까지 끌고 들어가 탄핵을 운운하고, 장외투쟁으로 끌고가 정치 사건으로 변질시키는 것은 고인을 위한 길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추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개혁을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어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하는 내용의 기자회견도 열었다. 그는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22대 첫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금개혁이 21대 국회 막바지 쟁점으로 급부상한 상황이지만, 연금개혁의 방식을 두고는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연금 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겨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과 구조개혁(기초연금 통합 등)을 함께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금개혁안은 연금개혁특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으며, 연금개혁특위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원장은 같은 당의 김도읍 의원이 자리하고 있어 민주당의 강행 의지만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사실상 21대 국회내 처리는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준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서 "야당 단독처리는 어렵다"며 "연금개혁특위에서 통과하고 법사위를 통과하고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연금개혁에 대한 추진체는 정부·여당"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압박 수단으로서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야권의 움직임을 진단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연금개혁의 야당 단독처리는 절차상 21대 국회에서 불가하고 어려운 상황이니, 이번에 국회서 불발된 화살을 대통령실과 여당으로 돌리려는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야권의 공세는 결국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날 민주당 초선 당선인들은 국회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미화 당선인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113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 수 있는 (찬성 표결)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안태준 당선인은 "중요 입법 과제들에 대한 21대 국회 결자해지 엄중 요구를 위해 모였다"며 "단 한 번의 본회의가 남았는데, 부디 그 마지막 소임을 다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인데, 이날 김근태 의원까지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하면서 여당의 이탈표가 이미 5표(김근태·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 의원)를 달성했다. 국민의힘 21대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이 저조하면 작은 이탈표로도 특검이 가결될 수 있기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될 경우 이를 22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민주당은 본회의 직후 채상병 특검법 표결 결과에 따라 부결 시 야6당이 모여 규탄대회를 열고, 가결 시 대국민보고대회를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은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들을 28일 본회의에서 한꺼번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들 역시 여야 간 이견이 컸던 쟁점 법안이라, 거야의 의석 우위를 통한 입법 강행 처리와 정부의 거부권 행사란 악순환이 계속되는 등 여야 갈등이 더 고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