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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기억될 목소리…김민기 학전 대표, 위암 투병 끝 별세


입력 2024.07.22 12:43 수정 2024.07.22 12: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학전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민기는 서울로 올라와 재동국민학교와 경기중·고에서 미술반 활동을 했고, 1969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획일적인 수업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낸 그는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고등학교 동창인 김영세와 포크 듀오 도비두로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며 현재 김민기를 대표하는 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이후에도 ‘봉우리’ ‘작은 연못’ ‘내 나라 내 겨레’ 등의 히트곡을 내놓으며 한국 가요계를 풍성하게 했다.


김 대표가 1971년 내놓은 독집 음반은 전량 압수됐고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 그의 노래는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그는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도 노래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상록수’ 역시 그가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작곡한 곡이다.


1973년엔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와 이듬해 마당극 ‘아구’ 제작에 참여했다. 특히 그가 1978년 발표한 ‘공장의 불빛’은 1970년대 노동자의 삶을 다룬 노래극으로 당시 노동현실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평가받는다. 1983년엔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고인은 이전 곡들을 모아 1993년 네 장의 앨범으로 된 ‘김민기 전집’을 발매했고, 이 음반 계약의 선불금을 받아 1991년 학전을 개관했다.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 등 독창적인 뮤지컬을 선보이며 한국 소극장 문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지하철 1호선'(2023) 공연 사진 ⓒ학전

학전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수많은 예술인의 꿈을 키워주는 둥지이기도 했다. 이 공간에서 라이브 공연을 이어온 고(故) 김광석은 학전이 배출한 최고 스타였고,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의 배우가 거쳐 갔다.


김 대표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2020년 호암재단이 수여하는 ‘제30회 호암상 수상자’ 예술상을 받기도 했다. 오랜 재정난에도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뮤지컬 ‘의형제’(2000) ‘개똥이’(2006)와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을 연출하며 대학로 공연문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학전은 재정난에다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서 창립 33주년이었던 올해 3월 15일 문을 닫았다. 폐관 전날까지 많은 가수와 배우들이 함께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펼쳤다. 김민기 대표는 암 투병 중 가수 박학기를 통해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는 덤덤한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공연장은 학전의 정신을 이어 받아 최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롭게 개관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천안공원묘지, 발인은 24일 오전 5시30분이다. 조문은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가능하다. 조의금과 조화는 고인의 뜻에 따라 받지 않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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