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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질적 향상 위해서라도"…리아킴 필두로 안무저작권협회 나섰다 [댄서의 권리, 안무 저작권②]


입력 2024.09.16 08:17 수정 2024.09.16 23:3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한국안무저작권협회, 지난 4월 24일 출범

표준계약서·성명표시권 도입 우선 과제

현재 K댄스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케이팝(K-POP)의 인기 요인 중 하나지만, 안무저작권 보호 체계는 미흡하다. 2022년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통계에 따르면, 안무와 관련된 저작권 등록 비중은 모든 저작물 종류 중 0.14%에 불과하다. K댄스를 전 세계인이 따라 추더라도 안무가들은 안무 시안 비용 외에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창작자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호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안무가 및 댄서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을 2020년부터 시작해, 지난 4월 한국안무저작권협회를 출범시키며 결실을 거뒀다.


한국안무저작권협회는 안무저작권 관련 논의를 활성화해 안무저작권 보호 체계를 마련하고, 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안무 창작 환경을 조성해 댄스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직업인으로서 안무가 경제 활동은 물론 더 나은 창작 동기를 부여하는 선순환도 포함된다.


세계 최대 댄스 스튜디오인 원밀리언 리아킴 공동대표가 초대 협회장을 맡았으며 최영준 팀 세임 안무가를 부회장으로, 팝핀현준, 아이키, 가비, 효진초이, 백구영, 인규, 명상우, 김범, 미나명, 할로, 류디 등을 이사로 선임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난 2일 서울 중구 저작권위원회 서울 사무소에서 문화체육관광부‧한국저작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안무저작권 보호 방안 연구 중간 발표회'에서 리아킴은 안무 조작권 보호 강화 방안에 대한 한국안무저작권협회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계약 절차의 부재와 공정성 문제, 안무 저작물 등록 및 성명 표시 문제, 저작권 집중관리 단체의 역할 강화, 안무 저작권인식 제고와 교육의 필요성을 현행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으로 내놨다.


발표회 이후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가진 리아킴 협회장은 이미 있는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가 상용화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안무가들이 이런 협회가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 협조가 잘되고 있어요. 단지 저희가 실질적으로 협회로 기능하려면 신탁단체로 지정되고 실질적인 징수가 돼 매출이 발생해야 하는데 아직은 이런 부분이 미흡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태죠. 안무가들은 다년간 이미 안무저작권 보호와 창작자의 권리 필요성을 통감하고 연대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 길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안무저작권협회가 추후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받아 신탁단체로 전환돼 사용료 징수·분배 등 실무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안무저작권협회는 안무가 표준계약서, 성명표시권 도입 등 안무저작권 현실화와 안무 창작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안무가 및 댄서들 스스로부터 권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많은 안무가가 연예인과 친하고, 관계자들과도 오래 알고 지냈어요. 그러다 보니 '나를 찾아주는 것도 고마운데'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기획사 측과 갈등을 겪거나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나쁜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요. 다만 우리에게 합당한 권리라는 게 있다는 걸 아는 건 중요한 문제죠.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인식 개선만 되어도 안무가들이 자신의 저작물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믿어요."


각종 미디어와 플랫폼에서 안무가의 성명표시를 의무화하는 걸 인식 개선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실명제를 도입하면 누구의 창작물인지는 알게 되니 이걸 변화의 시작으로 알리고 싶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 기획사에서도 '이 댄서의 저작물이구나'라고 인식할 테니까요. 하지만 등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등록을 해도 어차피 저작물 위임 계약서를 이미 작성했고, 등록한다 해도 수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래서 성명표시권을 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고 안무가 표준 계약서, 성명표시권 도입, 안무저작권 현실화와 안무창작 환경을 위해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창작자가 권리자가 되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러한 인식 변화를 통해, 이걸 기준으로 표준계약서도 만들어 나가야죠. 한 번에 다 갈아엎고 이럴 순 없어요.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죠."


사실 불과 며칠 전에도 리아킴은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는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생각 끝에 계약을 마친 후 리아킴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동료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협회장으로 멈추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얼마 전에 그 계약서를 받고 수정 요청을 드렸는데, 대대적인 수정을 하기엔 지금 단계에선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때 사인하지 않고 진행해야 할까, 보이콧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내가 하나 안 한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요? 경력자인 나도 이런데, 신인 댄서들은 수정 요청조차 상상도 하지 못할 겁니다. 안무 저작권과 관련된 현장의 문제점은 법적으로 보호가 되어야 하지만, 관례라는 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법적인 개선이 아무리 이루어져도 이미 관례에서 막히는 상황이죠. 그래서 많은 안무가가 표준계약서의 개선을 바라고 있는 거죠. 이때 안무가들의 단합도 중요해요. 같은 목소리를 꾸준히 내야 하죠. 지금 당장 우리 협회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지는 못했어요. 안무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무가들에게 '이런 기획사와는 절대 일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요. 기획사에게 강제할 수도 없고요. 합리적인 가이드나 방향성이 정리된 후, 안무가들과 협의하여 기획사들과 협회 차원에서 논의해 나가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안무저작권과 권리 보호를 강조할 경우, 대중들이 즐기는 챌린지, 커버댄스 및 2차 창작이 저작권 침해로 간주되는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창작자들이 권리를 누린다고, 대중이 즐길 권리를 못 누리는 건 저희도 반대예요. 동작이 초 단위로 분리되면 대중이 즐기기에 제약이 생길 수 있는 문제도 있는데,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방향을 정할 예정입니다. 대중도 안무 저작권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김민자 원밀리언 공동대표는 화두가 된 안무저작권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인식 개선은 물론이고 안무가 대상 교육, 학회, 세미나, 토론회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미 세미나는 세 차례 개최했고요. 이렇게 계속 이야기가 논의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실질적인 논의를 끌어내겠습니다. 반복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 되려면 관계자분들의 많은 참석이 필요해서, 이 부분 역시 저희가 집중해야죠."


원밀리언 윤여욱 대표는 케이팝 산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도 안무저작물 권리가 필수라고 부각시켰다.


"리아킴과 비슷한 시기에 춤을 췄던 친구 중 협업에 남아있는 댄서는 거의 없어요. 그건 밑의 세대들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인정받지 못하고 돈을 못 버니까 산업을 떠나게 되는 거죠. 지난 몇십 년 동안 댄스신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던 적이 없어요. 안무가가 늘 부족했어요. 실무진들도 잘 하는 친구에게 퍼포먼스 창작을 맡기고 싶어 하는데 안무가들의 권리가 높아지면 케이팝 산업의 창작물의 퀄리티가 자연스럽게 상향될 것입니다. 한국이 선진국들의 엔터를 손쉽게 따라잡을 수 있었던 건 안무를 맡기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일본도 유럽도 유명 안무가들은 한국의 케이팝 안무를 짜고 싶어 해요. 권리가 인정된다면 창작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케이팝 산업을 더 멀리 보고 상생하자는 거지 빨간 띠 두르고 같이 죽자는 건 아니에요.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윈윈이죠. 그러려면 안무가들이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받아야 하고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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