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개법안 국민의힘 불참 속 강행처리
與 대통령 거부권 건의할 방침 가운데
26일 국회 본회의서 재의결 추진 예상
'25만원' '방송4법' 등도 줄줄이 대기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여야가 각종 특별검사법과 지역화폐법을 둘러싸고 강하게 충돌했다. 본회의 개의를 저지할 수단이 없는 국민의힘이 결국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등 3개 쟁점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만 170명으로 이미 과반 의석을 넘는 상태에서,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법안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토론)도 포기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오는 26일 본회의서 재의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김건희 여사 등을 고리로 한 대여·대정부 총력 공세를 지속 중이며, 각종 쟁점입법에 대한 야당의 강행 처리~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재표결 끝 폐기라는 정쟁의 늪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석 연휴 직전 예고한대로,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 등 쟁점법안 3개를 상정했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통과됐던 특검법보다 한층 강력해졌다.
이 법안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및 국민권익위 조사 외압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외에 코바나콘텐츠 관련 전시회 뇌물성 협찬, 임성근 등 구명 로비, 장·차관 인사 개입,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을 포함해 여덟 가지 의혹을 수사 범위로 규정했다.
이번에 함께 본회의 문턱을 넘은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후보 2명으로 압축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야당이 대법원장 추천 특검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거부권)'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이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인을 추천해 객관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민주당에게 무제한 비토권이 있다"며 "민주당이 사실상 직접 (특별)검사를 선택하게 되는데 차라리 직접 지명하겠다고 하라"는 성토를 쏟아냈다.
야당은 이른바 '이재명표 지역화폐법'도 단독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지자체 지역화폐 사업에 투입되는 재정 지원을 국가 책무로 못박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일부 개정안)은 국가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해 의무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현재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등의 이름으로 발행 중이다. 이날 야당이 밀어붙인 법안은 이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해 상품권 발행을 활성화하겠단 것이다.
여권에서는 지역화폐법과 관련 '전국민 25만원 살포를 아예 상시화 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화폐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약이자 '전국민 25만원 살포법'으로도 수식되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의 패키지격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하는 대신,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위헌·포퓰리즘 입법폭거'를 구호로 규탄대회를 열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서 "거대 야당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정기국회조차 정쟁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여야가 합의한 26일 본회의 일정은 무시한 채 민주당이 일방으로 열겠다는 오늘 회의는 본회의장을 강탈한 민주당 의원총회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당장 오늘 처리하겠다는 안건들은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여당과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된 정쟁용 좀비 악법들"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화폐 현금살포법은 이재명표 포퓰리즘법"이라며 "우리 자녀들의 빚더미를 떠넘기는 현금 살포 용납할 수 없다"라며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모두 거대 야당의 일방 처리에 대통령이 재의요구하고 국회에서 표결을 거쳐 수명을 다한 법안들이다. 진상규명은 안중에도 없이 독소조항으로 덧칠된 야당 셀프특검에 불과하다"고도 비판했다.
이어 "결국 여야 합의 없이 일방처리되는 쟁점 법안들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재표결 후 폐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민주당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대통령과 정부·여당 공격할 생각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앞선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정당의 역할은 현안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정책을 입법화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면 본회의를 열 수 있다"면서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본회의를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본회의 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추 원내대표와 회동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의장은 지난 12일 법사위가 통과시켰던 3개 법안에 대해서 19일에 처리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했다"며 "(3개 쟁점 법안은)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고 있는 민생 경제 위기, 공정성 위기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최우선 민생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들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오는 26일에도 여야 대치 정국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데 언제 거부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재의결 시점이 결정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의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데 허락된 기한은 15일 이내이다.
윤 원내대변인은 "24일에 행사할 경우 26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고, 24일이 넘어서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다음 달 7일부터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만큼 그 전 주에 재의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 때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넘은 3개 법안과 별개로, 앞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 개정안)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전 국민 1인당 25만원 살포법)의 재표결도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독주는 또 저지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을 하면 이후 법안의 '폐기' 절차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이 찬성해야 재의결할 수 있다. 다만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진보당 등을 합친 범야권 의석은 192석이라, 야당의 전원 찬성과 함께 국민의힘에서 8표가 이탈(찬성)해야 한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단일대오 정비와 표 단속을 견고히 할 경우 법안의 폐기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