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겨울 떠올려보라"…또 촛불 점화?
이재명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 지배한다"
민주당, 장외집회에 30만 명 운집 자체 주장
11월 李 1심 선고 앞두고 '탄핵 각' 엿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외 집회에서 현 정부를 '범법 정권'이라 규정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1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 압박을 가중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까지 엿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국에 총동원령을 내려가며 머릿수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또 지도부와 참석자들이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는 꼬리표는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2일 서울역 일대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김건희 여사·해병대원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장외집회에 전국에서 30만 명이 모여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한다"며 "주권자의 합리적 이성이 아닌, 비상식과 몰지성, 주술이 국정을 뒤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심판하자"며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증명할 때까지, 대통령은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의 공복임을 인정할 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이날 장외집회 연설에서 이 대표는 1960년 4·19 혁명,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1987년 6월 항쟁, 2016년 이른바 '촛불 혁명' 등을 열거했다. 이 중 4·19 혁명은 정권 퇴진, 6월 항쟁은 개헌, '촛불 혁명'은 탄핵 등 '레짐 체인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이날 집회를 계기로 '탄핵 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탄핵된 박근혜정부 당시를 가리켜 "2016년 겨울을 떠올려보라. 가녀린 촛불로 부정한 권력을 무릎 꿇렸을 때 국정농단은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다"면서도 "어처구니없게도 최악의 정권을 맞아 3년도 안 돼 모든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는데 결국 빙빙 돌아 제자리에 돌아온 것 같아 허탈하다"며 "정부·여당은 국민을 업신여기고 권력을 즐기며 정쟁에 몰두했다. 이 정권은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는 범법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일련의 발언들은 짐짓 본인이 '미래권력'임을 자임했다는 해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발언 전에 "제1야당의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가 언급한 '촛불 혁명'과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 등은 수사와 재판을 받는 자신의 처지를 '핍박'으로 규정하는 것으로도 풀이됐다.
이날 집회에서는 수위 높은 발언들도 이어졌다.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한 특정 성향 배우 이원종 씨는 연단에 올라 윤 대통령을 겨냥해 "이제 길은 단 두 가지다.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스스로 하야하라'. 아니면 여기 이 많은 국민들이 한 뜻이 돼 한 주먹으로 그대의 멱살을 휘어잡고 끌어내릴 것"이라고 외쳤다.
가수 안치환 씨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 대선 당시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고 말한 간사한 기자회견을 보고 저런 사람이 우리나라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며 "이를 비판하는 노래(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를 만들었더니 정권이 바뀌고 공영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구중궁궐에 계시는 중전마마(김건희 여사)가 동태인지 명태인지 하는 사람과 만든 유행어"라며 "오빠!" "배 나온 오빠!"를 연신 외쳐댔다.
지도부들도 지지자들 앞에서 정권을 향한 적개심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송순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연단에 올라 "떳떳하면 마누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하느냐"며 "죄를 지었으니 거부하는 것이다.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못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는) 내로남불의 대명사"라며 "공정과 상식? 웃기고 있다. 자신의 마누라 비리를 덮기 위해서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 궁리마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심판 열차를 출발시키자. 썩은 이는 뽑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고, 김병주 최고위원은 "오늘부터 윤 정권을 침몰시키기 위해 출정하자. 출정해서 다함께 우리 꿈을 이루자"고 호소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최근 펼치고 있는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가 '무속'으로 이어졌다는 의혹 제기를 거듭 반복했다. 그는 "이단 왕국은 끝나고 민주공화국은 새로 출발할 것"이라며 "촛불로 승리했듯 민주가 승리하고 국민이 승리하고 공화국이 승리하기 위해 민주공화의 적들이 잠시 벌린 '개판'을 평정하고 대한 공화를 다시 선포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잔인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뻔뻔한 '부부 날강도'는 박정희·전두환보다 더 무서운 철퇴를 맞을 것"이라고 공세를 가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장님 무사를 조종하는 주술사 김건희가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냐"며 "윤석열정권에서 벌어진 온갖 기괴한 일들의 뿌리를 따라가면 항상 김건희가 나온다. 민주공화국이 '김건희 왕국'으로 변질했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장외집회에 대해 "거대 야당이 있어야 할 곳은 광장이 아닌 국회"라며 "당대표 개인의 범죄를 비호하기 위해 민생을 내팽개치는 행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는 국민이 행동해야 할 때라 했지만, 이는 범죄 혐의자인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읍소일 따름"이라며 "전국에 총동원령까지 내려가며 머릿수로 위력을 과시해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재명 무죄'라는 여론을 조성해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속셈"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그저 핑계이자 수단일 뿐이고 목적은 '이재명 방탄'임을 이제 온 국민이 잘 알고 있다"며 "사법부는 이러한 무도한 시도에 조금도 흔들림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법관으로의 양심에 의한 판결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