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절약’이 모토인 기존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적극적으로 한 최초의 세대로 분석됩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면서 개성이 강한 이들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이름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성장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넓어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가요톱10’의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Z세대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가요톱10’ 1994년 11월 5주 : 조관우 ‘늪’
◆가수 조관우는,
판소리 대가 조통달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국악(가야금)을 전공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집까지 나와 음악 활동을 이어가던 조관우는 1994년 1집 앨범 ‘마이 퍼스트 스토리’(My First Story)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전에 1992년 ‘조광호’라는 이름으로 한 차례 앨범을 내기도 했다. 데뷔 초엔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했는데 앨범이 무려 130만장 가량의 판매고를 올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1995년 2집은 리메이크 앨범인 ‘메모리’(Memory) 역시 213만장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앨범의 수록곡인 ‘꽃밭에서’는 1집 앨범의 ‘늪’과 함께 지금까지 조관우를 대표하는 곡으로 손꼽힌다. 또 이 앨범에 수록된 ‘겨울이야기’도 CF 음악으로 삽입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안타깝게도 조관우는 음악적 성과와는 달리, 탄탄대로를 걷진 못했다. 1996년 발매된 3집과 1997년 발매된 4집이 각각 100만장이 넘는 히트를 쳤지만 정작 조관우는 4집부터 깊은 슬럼프에 빠졌고 5집의 타이틀곡 ‘실락원’은 35만장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이 곡은 가사가 자살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나마 6집 타이틀곡 ‘사랑했으므로’를 시작으로 다시 조관우는 마니아층으로부터 음악적으로 초심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팝페라를 접목시킨 작품을 선보이는 등 다시 자신의 이전 명성을 찾는데 성공하면서 현재까지 꾸준히 앨범을 내놓고 있다. 최근엔 앨범 활동은 물론 배우로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베테랑2’ 등에도 출연했다.
◆‘늪’은,
조관우의 데뷔곡으로, 히트곡 작곡가 하광훈이 작사·작곡했다. 처음에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메인 멜로디가 이어지는데, 내레이션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성으로 부르는 독특한 곡이다. 여기에 조관우의 독특한 창법까지 더해지며 음침한 음악 분위기가 더 배가됐다는 평이다.
‘늪’이 수록된 데뷔 앨범 ‘마이 퍼스트 스토리’는 130만장이라는 엄청난 히트를 쳤다. 조관우 역시 “그때 하루에 음반이 2~3만장씩 팔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조관우는 당시 정산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방송에서 그는 “그 당시 강남 지하 방에서 살았다. 돈을 한 푼도 못받았다. 관계자가 ‘돈을 받으러 와야 주지’라고 말하더라”라며 “그래도 마이너에 있던 저를 메이저로 올려줬으니 좋게 생각하고 그 후 3집부터는 제가 직접 제작했다”꼬 말했다.
또 이날 방송에서 이 곡이 ‘관음증’으로 소재로 삼고 있어 방송금지 판정을 받았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