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개발 칩, 기존 컴퓨터와 다른 작동방식
"가상자산 보안체계 뚫린다" 우려
양자컴퓨터 상용화 오래 걸려...가상자산도 보안 개선 중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가상자산 하락을 야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암호화 기술을 풀려면 수십 년이 소요된다는 반박도 동시에 나온다.
11일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최근 가상자산 하락은 구글의 '윌로우(Willow)' 양자 컴퓨팅 칩 발표와 함께 이뤄져 주목된다"고 전했다.
구글은 윌로우를 발표하면서 "이 칩을 장착한 새로운 양자컴퓨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0자년이 걸려 풀 수 있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 법칙을 활용, 기존 컴퓨터와는 다른 연산 작동방식을 갖춘 컴퓨터다. 기존 컴퓨터가 0·1로 이뤄진 이진수 기반 문제 해결방식을 활용한다면, 양자컴퓨터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이용해 큐비트(Cubit)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한다. 구글이 개발한 것은 큐비트 105개를 가진 칩이다.
이에 가상자산은 복잡하게 암호화로 구성돼있는데 양자컴퓨터가 본격 상용화되면 가상자산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보안 체계인 '시큐어 해시 알고리즘-256(SHA-256)'이라는 블록체인 암호화 함수가 쉽게 해독될 수 있다는 우려다. 양자컴퓨터가 시큐어 해시 알고리즘-256 함수를 쉽게 풀어내는 경우 비트코인 네트워크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구글의 양자컴퓨터 개발 소식 이후 비트코인 시세는 약세를 보였다. 전날 비트코인 가격은 4% 이상 하락하며 9만4300 달러 선까지 밀렸다.
다만 가상자산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구글이 최초의 자체 개발 양자 칩 윌로우를 공개하면서 비트코인 보안체계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실제 가시화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윌로우는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인 것은 맞지만 아직 ECDSA(64바이트의 타원 곡선을 이용한 전자서명 알고리즘·BTC와 ETH의 기반 알고리즘)와 고도의 암호화 알고리즘인 SHA-256 해싱을 공격하기에는 성능이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물론 미래에는 양자 기술이 비트코인을 위협하겠지만 적어도 수십 년 뒤에나 걱정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어1 블록체인 아발란체(AVAX) 개발사인 아바랩스의 설립자 에민 귄 시러도 "양자 컴퓨터 등장은 가상자산 보안체계에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비트코인과 아발란체의 경우 체인 시스템에서 이체를 처리할 때 퍼블릭 키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다. 퍼블릭 키는 트랜잭션이 발행될 때만 노출되며, 양자 컴퓨터로 이를 해킹하려고 하는 경우 트랜잭션이 체인에 적용되기 전 잠깐의 공격 기회만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러도 오래된 비트코인 주소에 있는 물량의 경우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은 일부 인정했다. 그는 "다만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의 경우 오래된 형식의 주소를 사용해 해킹 우려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각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래티스(Lattice) 등 양자 컴퓨터에 저항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우려와 관련해선)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사토시의 물량을 동결하거나, 오래된 형식의 주소를 쓰는 비트코인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