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방위비 2배 증액 약속한
日총리 "증액이면 된다는 게 아냐
지역 평화·안정 위해 필요한 것
美 지시 아닌 日이 판단"
미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이 오는 2027년까지 방위비(국방예산)를 2배 증액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또 다른 역내 핵심 동맹인 한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를 꼬집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부자나라' 한국의 추가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한미는 지난해 10월 미국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매듭지은 바 있다. 해당 협정은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방위비 연간증가율 지표를 '국방비 증가율'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로 대체한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실제로 11차 협정 기간 중 국방비 증가율은 평균 4.3%였던 반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평균 2.8%에 그쳤다. 관련 맥락에서 연간증가율 상한선(5%)을 재도입한 점도 급격한 인상에 제동을 걸 장치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의 경우 국회가 SMA 비준 절차를 밟지만, 미국에선 행정 협정으로 간주돼 대통령 결단에 따라 '파기'도 가능하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대선 기간 중 한국을 '부자 나라(Money Machine)'에 비유하며 방위비 이슈를 거론한 바 있어, 기존 합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백악관에 계속 머물렀다면 한국이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를 부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금액은 12차 SMA에 따라 설정된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1조5192억원)의 10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美, 北 견제 외 지역방어 위한
한미동맹 기여 확대 요구 전망"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의 추가 기여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논의 주제가 '인상 규모'에 함몰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역할 확대 등 '큰 그림'을 상정한 뒤 이에 부합하는 추가 기여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방위비 증액을 약속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단순히 금액만 늘리면 된다는 게 아니라, 지역의 평화·안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미국 지시가 아닌 일본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과 중동에서 불거진 전쟁을 수습하고 중국 견제에 국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규칙 기반 국제질서' 수호를 강조해 온 한국이 중국과 척을 지지 않는 선에서 기여 가능한 분야를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국방정책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반도 정책의 세부 이슈를 미중 경쟁과 어떻게 연계할지 전망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단독으로든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연대를 하든 "명확한 우선순위에 기반해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 연구위원은 "대북 견제 외에 지역방어를 위한 한미동맹의 기여 확대 요구, 대북 견제에서 대중 견제로의 한미일 안보협력 초점 전환 요구가 강해질 전망"이라며 "확장억제 정책,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미사일방어 협력에 이르기까지 한미가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 국방부의 내부적 결정뿐 아니라 국내적 합의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