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 카드 꺼낸 吳…의원 48명 모으며 '세몰이'
"정부-국회간 견제 가능케해야" 주장하며 이재명과 차별화
명태균 리스크엔 "검찰이 빠른 수사로 불확실성 해소해야"
당 안팎선 "오세훈 토론회 하나로 '일석이조' 효과 얻었다"
여당 대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개헌 이슈를 선점하면서 사실상 조기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약점으로 평가받던 빈약한 당내 세력과 '명태균 이슈'에 대해서도 정면돌파를 선택한 오 시장은 강력한 대권주자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단 평가까지 받고 있다. 당내에선 오 시장이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다른 주자들의 발걸음 역시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1987년 헌법체제 극복의 핵심은 중앙집권적인 국가체계를 허물고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느낀 지방행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재정 분권 비율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절반(5대5) 이상으로 나눠 갖도록 제도를 수정하고,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을 5개 초광역경제권으로 나눠 각 지역의 강점을 극대화 하는 방안을 헌법에 담자는 주장이다.
또 오 시장은 이번 12·3 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혼란스러운 정국이 더불어민주당이 자행한 전대미문의 의회 폭거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내각의 국회 해산권과 국회의 내각불신임권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꺼내들었다. 정부와 국회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권력 간의 견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에서다.
정치권에선 오 시장이 이 시점에 개헌이란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조기 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 이슈를 선점하는 것 자체가 대권으로 가는데 첫 발걸음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아울러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개헌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개헌 이슈는 이 대표와의 차별화를 보이기에 충분한 카드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오 시장은 표면적으론 '대권 출마'에 선을 그었다. 이날 토론회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 시장은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개헌 토론회를 대권 행보와 연계해서 보는 시각에 동의할 순 없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발전해야 한단 측면에서 퀀텀점프를 만드는 바탕이 지방분권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희망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오 시장이 이 같은 반응을 꺼낸 이유는 아직 탄핵 정국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탄핵 절차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지지율이 지속 상승되는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탄핵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꺼냈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단 지적도 나온다.
본인이 직접 대권 도전을 부정하는 발언을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선 이날 오 시장이 토론회 한 번으로 대권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들을 챙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첫째는 오 시장이 사실상 '세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날 토론회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양수 사무총장 등 여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고, 국민의힘 전체 의원인 108명의 절반에 가까운 48명이 참석했다. 특히 김기현·윤한홍·박성민 등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부분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원래 토론회나 포럼을 처음 할 때는 주최자 측에서 모든 의원들에게 참석을 요청하고 의원들이 응답해주는게 관례이긴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모습을 보인 건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자신의 약점으로 불리는 '명태균 리스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강인한 후보의 모습을 보였단 평가를 받는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들이 '명태균 특검법'과 관련해 질문하자 "그 질문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며 "다시 한 번 검찰에 촉구한다. 빠른 수사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시켜주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6당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명 씨가 자신의 여론조사로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한 오 시장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검찰은 명 씨의 PC도 압수했고 본인이 모든 대화를 녹취했다고 하는 그 휴대폰도 검찰이 확보한 상태"라며 "명 씨의 신병도 확보한 상태에서 도대체 수사를 안하거나 늦추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지적했다. 명 씨와의 커넥션이 없다고 선언하며, 자신을 향해 제기되는 모든 의혹들을 정면으로 부딪히겠단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당내 세력이 빈약한 점과 명태균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이 오 시장의 약점이었는데, 오늘 토론회 한 번으로 두 개를 다 털어버린 모습을 보였다"며 "이 자신감을 이어갈 수 있다면 중도확장성이 있는 오 시장이 큰일을 낼 수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