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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콘서트에서 케이팝의 미래를 엿보다 [소극장 콘서트③]


입력 2025.03.06 07:21 수정 2025.03.06 07:2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아티스트에 음악적 성장 발판 마련

신인 발굴·육성에도 기여

화려한 무대와 압도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열광적인 팬덤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케이팝(K-POP)의 이미지다. 하지만 최근 케이팝 산업은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팬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고 아늑한 소극장이 케이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아이유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진행했던 소극장 콘서트 ⓒ

작은 규모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소극장 공연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같은 공간 안에서 호흡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다. 관객들은 대형 콘서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과 아티스트의 섬세한 표현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고, 아티스트들은 팬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며 진솔한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데뷔 초기의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소극장은 팬들과 소통하며 성장하고,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된다. 실제로 아이유, 악동뮤지션, 볼빨간사춘기, 장범준(버스커 버스커), 십센치(10cm), 넬(Nell)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소극장 공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성장해왔다. 소극장 공연이 단순히 팬들과 만나는 기회를 넘어, 아티스트의 음악적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된다는 의미다.


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소극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은 아티스트들에게 창의적인 무대 연출과 퍼포먼스를 시도하도록 하고,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또한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고, 새로운 음악적 스타일을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중심의 음악 시장의 케이팝 산업의 다양성 확보 역시 소극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소극장은 인디신, 언더그라운드신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아티스트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이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해준다. 이를 통해 케이팝 산업이 새로운 음악적 트렌드를 발굴하고 다양한 팬층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서울, 인천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음악창작소가 대표적이다. 음악창작소는 지역의 음악 자원을 발굴하고, 뮤지션 성장을 위한 앨범 제작 지원, 기획공연 지원사업, 전문가 음악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이들 사업 중 공연을 올리는 과정에선 필수적으로 소극장과의 협업이 동반된다. 일례로 마포음악창작소의 경우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고정소득이 없거나, 적은 음악인 또는 그러한 음악인을 매니지먼트하는 영세 소속사·레이블 등에 최대 50석(좌석 기준) 규모의 공연장 대관료 할인을 지원하고 있다.


공연장 관계자는 “실제 해외에서도 소규모 공연장들이 지역 주민과 학교, 기업들과의 연결을 통해 지역 중심의 문화로 발전하고, 신인 아티스트 육성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음악창작소와 같은 다양한 지원 시스템과 소규모 공연장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연결된다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 이들을 발굴·육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서울음악창작소 ⓒ마포문화재단

다만 업계에선 소극장 콘서트 시장 활성화가 케이팝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몇 가지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티스트의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대중의 인식 개선을 통한 관객 유입이 우선 과제다. 한 인디 레이블 관계자는 “많은 인디 가수들조차도 최근엔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길 원한다. 그만큼 시장이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소극장, 라이브클럽 공연이 대형 공연이나 미디어 활동에 비해 수익성이 낮고 홍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연극 무대를 통해 데뷔한 이후 매체 연기를 통해 큰 인지도를 얻은 배우들이 다시 연극 무대에 돌아가면서 관객이 증가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인디 무대, 라이브클럽과 소극장 역시 같은 흐름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도 바랐다.


시설 개선 및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대 소극장 대표는 “소극장, 라이브클럽에 대한 지원 체계가 워낙 부족하다. 시스템이나 음향, 조명 등은 기계이기 때문에 ‘생명’이 있다. 하지만 운영이 힘들면 제때 시설을 개선하거나 전문 인력을 양성함에 있어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환경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운영자는 물론 아티스트와 관객에게도 더 좋은 환경에서의 공연이 제공될 수 있다. 또 공연 제작 및 운영에 대한 다양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의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과제들을 해결한다면 소극장, 라이브클럽 콘서트가 아티스트와 팬, 그리고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서는 케이팝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분명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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