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예산에도 '흥행' 성공
저작권 센터도 '인기'
'참여의 장' 역할 확대는 필요
서울에서 해마다 열리며 우리나라 대표 도서전으로 성장한 서울국제도서전은 2024년 15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2023년 기록한 13만명보다 2만명 늘어난 숫자로, 매년 급락 중인 성인 독서율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의 갈등으로 인한 예산 삭감까지 고려하면 ‘이례적인 흥행’,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8월 도서전 수익금 정산과 관련해 문체부와 출협이 갈등을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누락 의혹을 제기하면서 윤철호 출협 회장 등을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갈등이 증폭됐다. 출협도 ‘무분별한 흠집내기’라며 명예훼손으로 문체부 공무원을 맞고소했었다.
결국 문체부 지원 없이 열게 된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은 예년보다 규모를 다소 줄여 진행했다. 도서전은 총 40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간 정부가 6~7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해 왔었다. 7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아예 지원받지 못하면서 해외 출판사를 초청하는 저작권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했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총 19개국 452개(국내 300개사·해외 122개사)의 참가사가 모여 450여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이는 지난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의 30개국 국내 360개사·해외 170개사와 비교했을 때 15%가량 줄어든 숫자였다.
서울국제도서전 관계자에 따르면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국가나 정책적으로 예산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국고 지원이 없이 진행하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현재 진행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며, 정부에서 별도로 펠로우십을 운영하고 있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 향후 서울국제도서전과 펠로우십을 공동운영 하자고 제안한다면 진행할 의향은 있다”며 “펠로우십 프로그램 외에 진행하지 못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서울국제도서전이지만, 도서전 특히 ‘국제’ 도서전의 의미를 선보이기엔 예산 문제로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도서전은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책과 독자를 연결하기도 하지만, 서울국제도서전은 ‘국제’ 도서전인 만큼 국내 출판인과 국내 출판인들이 모이는 장이기도 한 것. 이를 통해 해외 판권 계약에 대한 문의가 오가기도 한다.
서울국제도서전 관계자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매칭률에 대해선 “통계를 내고 있지 않다”면서도 “참가사로 참석하지는 않더라도 수많은 나라에서 출판인, 에이전시들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찾고 있다. 아쉽다는 반응보다는 실제로 참가하는 많은 해외 출판사들의 활동을 지켜보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국제도서전 저작권 센터의 인기도 사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참고로 지난 2024년의 경우 5일간 전석 매진이었다”고 말했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서울국제도서전은 보통의 책 축제가 아닌 산업박람회 성격을 겸비해야 한다”고 서울국제도서전의 의미를 짚으며 “그런데 현재는 작가 초청 행사는 넘쳐나도 출판산업 관련 담론, 세미나, 이해 관계자들의 고민과 의견을 나누는 국내외 교류 행사는 전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국제도서전이 ‘자생’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부스 비용과 티켓 가격이 소폭 상승됐는데 이것이 참가자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백 대표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출판사들의 값비싼 유료 부스 행사장이자 책 판매장으로만 활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도서전에 부스를 내는 곳은 고작 수백 곳이다. 정부 지원에 의한 무료 초청 부스를 많이 만들어서 참여 의지가 있는 보다 많은 출판사와 관련자의 참여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