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임명, 尹 탄핵 영향 미칠 것 판단
초선들 급기야 '내각총탄핵' 꺼내들고
오는 30일까지 馬 임명 데드라인 설정
집회서 "'이재명 대통령 시대'" 발언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결국 4월로 넘어가게 됐다.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헌재의 장고가 길어지자, 이재명 대표를 내세워 조기 집권을 준비 중인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독촉하는 총공세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재탄핵' 추진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권한대행 시절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며 '쌍탄핵' 대상에 함께 포함되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은 마 후보자의 임명을 미루는 모든 국무위원을 순차적 '연쇄탄핵'한다는 카드까지 꺼내, 정국은 아수라장이 돼가는 모습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며 '내각총탄핵'을 거론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여야의 대립은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국민의힘에선 이를 고리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고발키로 했다. 동시에 민주당을 향해 '의회쿠데타' '국무회의를 없애 대한민국 정부를 전복하는 것'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정부 해산'이란 여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 초선 국회의원들이 30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위원 전원을 탄핵하겠다는 내각총탄핵을 예고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를 선언한 민주당 초선 의원 전원과 함께, 이를 지령 또는 승인했다고 보이는 급진 성향 유튜버 김어준 씨와 이재명 대표 등 72명을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로 긴급히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발 예정 시점은 오는 31일이다.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해 전복하거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것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회권력을 통한 '마 후보자 임명' 압박을 이어감은 물론, '줄탄핵' '또탄핵'의 당위성 또한 연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권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에 대해선 민주당을 내란 세력으로 보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입법부 몫인 마 후보자 임명을 지연시키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한 위헌행위임을 헌재에서 확인시켜 줬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날 박찬대 원내대표는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범시민대행진'에서 "한덕수 총리에게도 강력하게 경고한다. 헌재 결정에 따라 마은혁 재판관을 즉시 임명하라"는 독촉을 재차 이어갔다. 이어 "헌법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헌정붕괴 상태를 지속시킨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국회가 결단하고 민주당이 나서겠다"면서 "질긴 놈이 이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단에 오른 한민수 의원도 "조기 대선이 시작되면 우리 국민들은 새 시대를 꿈꾸게 될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꿈꾸지 않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당은 노종면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 대행을 정조준하면서 "마지막 경고에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는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이후 초선 국회의원들이 한 대행을 향해 "일요일까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 임명하지 않는다면 바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의 긴급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모든 국무위원에게도 똑같이 경고한다"며 "이후 권한대행으로 승계될 경우 마은혁 후보자를 즉시 임명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마찬가지로 즉시 탄핵하겠다"고 '전 국무위원 연쇄탄핵'을 꺼내 들었다.
같은 날 친정이 민주당인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가세해 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다고 공지했다. 또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임시 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마 후보자 미임명 건에 대해서는 국기문란 등의 비난까지 불사했다.
지난 24일 한 대행 탄핵심판과 관련 기각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은 한 대행이 국회에서 마 후보자 등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로는 보지 않은 바 있다.
한 대행의 직무 복귀에 앞선 지난 21일 야 5당은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30번째' 탄핵 시도란 기록의 달성이다. 한 대행은 윤석열 정부에 들어 '29번째 탄핵소추안'에 이름을 올렸었다.
민주당은 마 후보자가 헌재에 합류하는 것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관 정원은 9인인데, 현재 8인 체제에서 한 명이 추가돼 9인 체제가 완성될 경우 윤 대통령 탄핵 인용에 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또 앞서 지난 8일 심우정 검찰총장이 윤 대통령 석방 지휘를 하고, 헌재의 숙고까지 길어지며 조기 대선이 치러질지 여부 자체가 안갯 속에 휩싸이는 등 정국 불확실성 역시 커진 상태다.
이런 와중에 지난 2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대권 가도에서 가장 발목을 잡았던 사법리스크를 어느 정도 희석시켰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피선거권 상실형을 선고받아 정치명운이 위협 받았던 상황이나, 2심에서 '무죄'로 형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혹여 조기 대선이 성사되더라도 가장 큰 고비를 넘겼음에 따라 출마에 문제가 없어진 상황이다.
다만 이외에도 이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의 재판을 받고 있어,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상고심 결과들이 나오는 것과 맞물려 대선 시점이 언제일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통령 당선 시 '헌법 제84조'에 따라 당선 이전 받고 있던 모든 재판은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전에 군불을 떼왔다. 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성사될 경우, 대선 기간 내내 '대통령이 당선 되기 전에 기소돼 진행 중이던 재판들의 향후 중단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튿날인 30일 오전 예정했던 김윤덕 사무총장 주재 기자간담회 대신 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배석하는 간담회를 여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앞서 지난 27일 예정됐던 본회의는 경북 지역 산불로 인해 순연돼, 아직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에 보고가 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따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대행에 대한 '재탄핵' 등을 포함한 민주당의 구체적인 탄핵 시간표가 언급될 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발의된 최 부총리 탄핵안의 경우, 발의 후 열린 첫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우원식 의장을 향해 "다음주 월요일(31일), 화요일(1일) 본회의를 소집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