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5대 지주 소집해 점검회의
"금융이 제 역할 해달라" 재차 강조
"금융사별 잇달아 지원책 내놓지만, 정부차원 대응책 나와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면서 금융시장은 일단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안도감을 찾은 모습이다.
다만 미국의 상호관세 폭탄과 함께 소비·투자 부진 등 대내외 경제 리스크가 여전해 6월 대선까지는 이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수장들은 연일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당국은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급박하게 움직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내린 지난 4일 오후 금융시장·실물경제를 점검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열어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금융위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에 바로 나섰다. 김 금융위원장은 탄핵 선고 이후 금융위 직원들에게 금융정책 추진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공직자로서 국정에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맡은 바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전에도 김 위원장 주재로 이복현 금감원장,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 회장, 정책금융·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가졌다.
전문가들은 탄핵 인용이 정치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시장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 등 대외 요인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전 자산 선호 흐름이 강해지면서 원화 가치도 급락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당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 등에 따라 32.9원 내린 1430원대로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 시작부터 전 거래일 대비 27.9원 뛴 1462.0원에 출발해서 한때 147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두 차례 탄핵 당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확대시켰지만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도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조기 대선 실시로 국정 콘트롤타워가 곧 회복될 수는 있겠으나, 대선까지 정치상황 전개 과정에서 갈등 기간이 길어진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미국 상호관세 압박에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산업계에 대한 금융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5대 금융지주들의 부담과 고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날 금융당국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함께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도 "금융이 제 역할을 해야할 때"라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앞서 하나금융은 6조3000억원 규모 지원책을 밝혔고, KB금융도 이날 총 8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도 잇달아 금융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그간 은행에서는 명목이 다를뿐 다양한 이름으로 금융 지원책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서 긴급하게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대출금리를 내리는 정도여서 자체 지원책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국내 요인인 탄핵 인용 영향이 단기에 그치고 대외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