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중앙당사서 긴급 기자회견 "불출마"
'김오홍한' 4자 구도 허물어져…경선 '출렁'
나경원 진출시 보수 3·중도 1 구도로 재편
오심 상징할 인물 움직일지 여부도 관심사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로 손꼽히던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6·3 대선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해 당 안팎에 충격을 던졌다. 이미 대선후보 경선 국면으로 돌입한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오 시장의 불출마에 따른 유불리를 헤아리는 주판알 소리가 요란한 형국이다.
오세훈 시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치인에게 추진력은 물론 중요한 덕목이지만 멈춰야 할 때는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며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탄핵 결정 이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선 국면에 진입해서 너도나도 대선후보가 되겠다고 하는 게 과연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쳐지겠느냐"라며 "그동안 잘못된 여론에 우리 당이 편승을 했던 과오를 통렬히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나서야 비로소 대선에 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 당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깊은 아쉬움과 염려를 지울 수가 없었다"며 "나도 예외가 아니다. 함께 깊게 반성하고 통렬히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드려야 할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오 시장은 1·2차 예비경선 통과는 물론 결선 승리 가능성까지, 단계를 거듭해갈수록 승률이 점점 높아질 수 있는 국민의힘의 소중한 자산이자 유력한 대권주자로 분류돼 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에게는 '난 오세훈만 좋다' '오세훈 아니면 투표 안한다'는 열렬 팬덤은 적지만, 중도 확장성과 본선 경쟁력이 있다"며 "중도보수 뿐만 아니라 강성보수조차 내심은 '그래도 오세훈 올려야 이재명 이길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마음 속 한켠에서는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후보 여럿을 늘어놓고 고르라고 하는 '다자 선택지'에서는 열렬 팬덤이 적은 만큼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치지만, 1~2차 예비경선을 거쳐 최종 2인으로 압축하는 경선룰을 국민의힘이 택한 이상 점점 파괴력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졌다. 팬덤도 없지만 딱히 비토층도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던 오 시장의 충격의 불출마 선언은 이른바 '김·오·홍·한'(김문수~오세훈~홍준표~한동훈)이라는 기존 '빅4' 구도를 허물어뜨리는 것은 물론 국민의힘 경선 구도 전체를 출렁이게 만들게 됐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날 오 시장 불출마 선언의 최대 수혜자로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꼽고 있다. 기존 '빅4'에 비해서 한끗 모자라고, 그렇다고 포말(泡沫) 후보들에 비해서는 압도적 우위에 있던 이들 2인은 당초 1차 예비경선에서 사력을 다해야 4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오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1차 예비경선 4위권 내에 좌석 하나가 그냥 나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나경원 대표 입장에서는 안철수만 이기면 되게 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실은 안철수 의원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1차 예비경선은 국민여론조사 100%로 실시되지만, 역선택 방지조항이 있다. 국민여론조사 100%라는 점은 안 의원에게 유리하고, 역선택 방지조항은 나 의원에게 유리하다. 승부는 오리무중이다.
연장선상에서 어떤 식으로 1차 예비경선을 통과한 '4자 구도'가 구성되느냐도 달라지게 됐다.
당초에는 보수 성향이 짙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 중도 성향이 강한 오세훈 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의 '4자 구도'가 된다고 예상됐다. 이 경우에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국민의힘 지지층이 격앙돼 다소 오른쪽으로 전체적으로 이동해있는 점을 고려하면, 둘씩 나눠먹는다고 할 때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이 구도상 유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오 시장이 불출마하면서 '4자 구도'의 구성 자체가 뒤바뀌게 됐다. 나경원 의원이 올라오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나 의원은 헌법재판소 앞 '천막 투쟁'을 주도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뒤에 윤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남동 관저로 찾아가 1시간가량 면담도 가졌다.
지금도 이번 6·3 대선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체제 전쟁'으로 규정하며 선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나 의원이 김 전 장관, 홍 전 시장과 함께 올라온다면 보수 성향이 3인에, 그 반대편 중도 성향에는 한 전 대표 1인만 있게 된다. 나눠먹는 파이가 달라지면서 한 전 대표의 최종 결선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반면 안철수 의원이 1차 예비경선을 통과해 올라갈 수도 있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등 중도 성향이 어떻게 보면 오 시장보다 더 강하다. 보수 성향 김 전 장관, 홍 전 시장에 중도 성향 안 의원, 한 전 대표도 '4자 구도'가 구성된다면 오 시장 불출마의 영향은 제한적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오세훈 시장이 누군가에게 직접 힘을 실을지 여부다. 오 시장 본인은 이제 서울시정으로 복귀해야 한다. 정확히 대선 1년 뒤인 내년 6월 3일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3선(누적 5선)에도 도전해야 한다.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힘을 실으면 친구가 1명 생기고 원수가 여러 명 생긴다. 누군가와 일부러 척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선 단계에서는 특정 대권주자에게 직접 힘을 실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오 시장 본인과 최측근이라면 몰라도, 모여있던 정치인들은 자기 살 길을 찾아가야 한다. 오 시장 조직 등이 어느 캠프로 향할지에 촉각이 쏠린다. 오심(吳心)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이 '둥지'였던 맨하탄21을 떠나 대하빌딩 어딘가 다른 캠프로 움직일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