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월부터 6월까지 현장 실사
재무·안전문제로 코레일 등 낙제점
“기관별 특성 평가에 반영해야” 지적도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들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즌을 맞이해 긴장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주요 공기업들은 그간 낮은 점수를 받아온 만큼 올해도 낙제점을 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지만 성과 개선 등에 한계가 있어 내부에선 벌써부터 자조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즌이 한창으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및 준정부기관들도 경영평가 현장 실사를 받는 중이다. 지난주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KR)에 이어 이번주 에스알(SR) 등이 진행했다.
기획재정부는 해마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전년도 경영 실적을 평가해왔다. 평가 결과에 따라 예산과 인사, 성과급 등이 결정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신뢰도와도 직결된다. 2024년 경영평가 기간은 올해 2월 7일부터 6월 20일까지 약 4개월간이다.
경영평가 결과는 A(우수)·B등급(양호)·C등급(보통)·D등급(미흡)·E등급(매우미흡)으로 나뉜다. 등급에 따라 성과급이나 예산 규모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경영개선 명령을 받거나 기관장이 교체되기도 한다. D등급 이하는 임직원 성과급이 없고 경영 개선 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
지난해 저조한 결과를 받은 기관들은 올해 등급 상향을 위해 고강도 혁신방안을 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수행하거나 재무구조가 악화된 곳들은 최하 등급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3년간 연속 D등급 성적표를 받다가 지난해 2023년도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땅 투기’ 사태 이후 고강도 경영 혁신안을 내놓고 ‘사회적 책임 강화’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 시책에 따른 주택 매입 등이 재무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LH는 지난해 공동주택용지 판매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3404억원)은 7배 늘어났지만 부채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LH의 부채는 160조105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17.7%로 집계됐다. 정부가 최근 경영평가에서 LH 부채비율 목표를 올리면서 숨통은 트였으나 경기 위축에 조기 대선 국면까지 겹치며 손실 보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해 D등급, 2023년 E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안전-재난관리와 재무 부문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영업손실 1114억원, 21조원의 누적 부채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만 265% 수준으로 전력요금은 치솟고 14년 간 요금이 동결되며 재무구조가 한계에 다다랐다.
지속되는 탈선사고도 저조한 성적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0일에는 전주역에서 화물열차 1량의 바퀴가 궤도를 이탈하면서 전라선 일부 구간 열차 운행이 2시간 넘게 지연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경영평가 기간 안전사고가 일어나며 코레일 내부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외 전세금 반환보증 변제금을 부담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공항공사·국토안전관리원·도로교통공단 등이 지난해 경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SR과 국가철도공단 등은 C등급을 받았다.
다만 경영평가는 기관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인만큼 기관별 특성을 고려해 반영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정책을 시행하는 곳들은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며 “손발을 묶어놓고 단기 성과 중심으로만 경영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주무부처가 제도 개선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도 최근 코레일을 비롯한 8개 철도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제도 개편에 돌입했다. ‘철도분야 공공기관 성과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해 개선할 점이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한편 철도분야 8개 공공기관 중 5개 기관이 지난해 C등급 이하를 받았다. 이들 기관은 안전사고와 장기간 운임 동결, 재무실적 부진으로 다른 공공기관 대비 저조한 성과 실적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