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치연구소 개최 간담회 참석
'젠더' 이슈 소극적 李·민주당 겨냥한 듯
"선거 전략 떠나 여성 문제 적극적이어야
비동의강간죄 도입…당선시 강력 추진"
김동연 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지난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두의 성평등, 다시 만난 세계 여성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인이 소신껏 젠더 이슈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드러내기 어려운 선거 국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여성계와의 만남을 가졌다. 주제는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개최한 '모두의 성평등, 다시 만난 세계', 남녀를 불문하고 사회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성차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연 후보는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당 간담회에서 "함께 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 만들어져야 크게는 대한민국 발전의 전기를 만들 수 있고, 작게는 개인의 가정의 행복이 있을 수 있다"며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대표성을 확대하는 일은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난 대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젠더 이슈에 소극적인 점에 대해 "비겁하다"고 꼬집었다.
"구직 과정에서 미혼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 여부를 묻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결혼과 출산 생각이 없다고 해야 되나 고민이 됩니다." - 민주 (취준생)
"5년 동안 텔레그램 등 딥페이크 범죄를 모니터링해왔습니다. 몇 차례 법안이 개정됐으나 피해 지원 체계가 미흡하고 부실합니다.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리셋 (디지털 성폭력 근절 단체 활동가)
'모두의 성평등, 다시 만난 세계' 간담회에서 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다. 지난 계엄·탄핵 국면에서 응원봉을 든 2030 여성들과 키세스 시위대가 화제가 됐지만, 이번 선거 국면에서 '젠더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후보는 김동연 후보를 제외하고 없다시피 하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여성' '젠더' 문제와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10대 정책 공약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포함했다 하루 만에 "실무적 착오"라며 이를 철회했다.
이날 김동연 후보는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최근 많은 재원이 들어가는 공약을 수백 개씩 발표하면서 감세를 얘기하는 포퓰리즘적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 그런 공약을 할 거면 증세까지 주장하는 솔직함이 있어야 한다"며 "여성 정책도 마찬가지다. (소극적 대응이) 선거 전략이나 표를 의식한 걱정이라면 민주당답지 못하고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성폭력상담소의 통계를 인용하며 "폭력이나 협박 행위가 없이 이뤄지는 강간이 전체의 62.5%를 차지한다. 그 방법이 그루밍이든, 약이든, 음주든 이렇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피해자 중심에서 봐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대선 후보로서 해당 내용을 공약에 포함시켰고, 만약 적절한 상황이 되면 당론으로까지 만들 것"이라며 "당선된다면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김 후보는 자신의 공약집을 통해 △성평등 임금공시제 법제화 △성별 임금격차 해소법 제정 △비동의 강간죄 도입 △낙태죄 개선 입법 △여성가족부 기능 확대 등의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같은 공약과 발언은 그가 현재 '지지율 후발주자'라서 가능한 것일까. 김동연 후보는 간담회에서 자신이 공직시절 느꼈던 일화를 털어놨다.
"제가 공직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과장 시절 있었던 일인데, 여성 수험생에게 행정고시 가점을 주는 겁니다. 그 당시에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똑같이 경쟁하는데 왜 이렇게 가점을 주냐고요. 근데 국장이 돼서 생각을 바꿨어요. 공직사회에서 여성이 너무 적은 겁니다."
"실력주의나 성과주의가 있는 어떤 분들은 (성평등 정책을) 효율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데, 그때 갖게 된 생각은 효율이 장기효율이 있고, 단기효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회정책적인 요소가 대단히 필요합니다."
김동연 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21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두의 성평등, 다시 만난 세계 여성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후보는 남은 경선 일정 동안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 차별화에 집중하며, 민주당의 쇄신에 앞장서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민주당 경선에서 이 후보가 누적 89.56%의 득표로 '일극 체제'를 굳히고, 자신은 5.27% 득표에 그친 상황임에도, 중도 유권자와 김경수 후보와의 '2위 다툼'을 염두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동연 후보는 이날 YTN 인터뷰에서 "특정 후보가 이렇게 일방적인 표를 가져가는 것은 건강한 민주당을 위해, 또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역전을 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나는 2등을 하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네거티브를 하지 않되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해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전략을 짜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내 옆에 현역 국회의원이 한 분도 서 있지 않다. 그분들의 처지와 두려움을 알지만 가끔은 나도 외롭다"면서도 "그러나 나의 당당한 리더십 '김동연다움'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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