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슬로건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실험적인 영화 소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대표 영화제 정체성 확장
한국 대표 영화제 두 곳이 전혀 다른 비전을 내세웠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 정신'을 강조하며 출범 초기 정신으로 회귀했고, 부산국제영화제는 30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경쟁영화제'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서로 다른 선택이지만, 이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제의 정체성과 생존 전략을 재정비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을 내건 전주국제영화제는 대규모 제작 시스템이나 산업적 기대치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예술영화 고유의 실험성과 다양성을 재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라두 주데 감독의 '콘티넨탈 '25'는 역사적 서사를 전복적이고 형식적으로 재조립하는 시도를 담아냈고, 이는 기술적 진보보다 표현의 자유와 상상력의 확장을 중시하는 전주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민성욱 집행위원장이 "올해는 초기 영화제의 대안 정신을 찾고자 했다"고 밝힌 것처럼, 전주는 실험적인 형식의 영화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자처해 왔다.
반면 부산국제영화제는 30년간 비경쟁을 유지하던 틀을 깨고 본격적인 경쟁구조로 진입하며 영화제의 권위와 브랜드 재정비에 나선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신예 감독을 대상으로 한 '뉴 커런츠', 중견 감독의 신작에 수여하는 '지석상' 등 내부 섹션 중심의 시상해 왔다.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은 "아시아 최고의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기 위해, 보다 파급력 있는 경쟁 섹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는▲ 대상 ▲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 배우상 ▲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을 폐막식에서 시상한다. 폐막작은 그해 대상 수상작이 장식한다.
이는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30주년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서 정체성을 확장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두 갈래의 진화는 단순한 운영방식의 차이를 넘어, 한국 영화제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결정짓는 문제와 직결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실험과 다양성의 보루로서 보이지 않는 경계와 감춰진 목소리를 발굴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은 산업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으로서 한국 영화의 국제 경쟁력을 뒷받침 할 예저정이다.
더 이상 영화제는 작품을 상영하는 '축제'로만 머물 수 없는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 OTT의 부상, 관객 감소, 영화산업 위축이라는 흐름 속에서 영화제는 스스로 플랫폼이자 콘텐츠의 실험장이 되어야 하며, 영화 언어의 갱신과 관객 경험의 진화를 이끄는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 전주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실험으로, 부산은 '어떤 영화가 세계적 주목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전략으로 각각 응답하고 있다.
두 영화제는 다소 상반된 방향성을 내놓았지만, 결국 공통된 위기의식에서 출발, 다음 시대를 설계하고 있다. 그 선택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변화가 한국 영화제 전체 뿌리를 되묻는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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