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선박이 바꾼다…조선 3사, ‘완전자율’ 향한 전속력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5.04 06:00  수정 2025.05.04 06:00

자율운항선박, 해양안전·연료절감·환경규제 대응까지 ‘게임체인저’로 부상

정부도 세계 최초 ‘자율운항선박법’ 시행…국제표준 선도 목표로 제도 정비 나서

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 실증 확대와 인증 확보 통해 상용화 박차

삼성중공업의 자율운항 연구 선박 '시프트 오토(SHIFT-Auto)'가 거제조선소에서 출항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집약된 자율운항선박이 조선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항로 판단부터 충돌 회피, 연료 절감까지 해상 운항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해양 안전성 확보는 물론,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과 인력난 해소, 비용 절감까지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도 정비에 착수했으며 국내 조선 3사도 상용화와 국제 표준 선점을 위한 기술 실증과 인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조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

자율운항선박은 기존 선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항해·운항 의사결정을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총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선원이 운항을 주도하되 일부 지원만 받는 1단계에서, 선원이 승선하지 않아도 AI가 실시간 상황을 분석해 원격 제어와 운항을 모두 수행하는 4단계까지 기술 수준에 따라 나뉜다.


현재 상용화 단계는 2~3단계 수준으로, 승선한 선원이 비상 상황에 개입 가능한 원격 제어(2단계)에서 선원 없이 운항과 장애 예측이 가능한 고도화된 원격 운항(3단계)까지 기술 개발이 진전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AI가 실시간으로 해상 상황을 분석하고 주변 선박이나 부유물, 악천후를 감지해 충돌 회피 경로를 자동 도출하는 기능은 해양 안전성 확보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실제 관련 연구에 따르면 자율운항 기술이 본격 상용화될 경우 해양 사고 발생률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AI 기반 경로 최적화 기술은 연료 소비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노르웨이 선급 DNV GL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연료비를 최대 2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O는 자율운항 기술 도입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 15%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데도 효과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업계는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고 해양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 측면에서도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2023년 5억4150만 달러로 평가됐고 2024-2032년간 연평균 9.4%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도 발맞춰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국가 디지털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선박법’을 시행하고 법에 따라 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자율운항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논의 중이다. 시행령에는 자율운항선박 5개년 기본계획 수립 절차, 성능 실증 및 전문인력 양성, 해상물류체계 구축, 운항해역 평가 기준과 실증 승인 절차 등 세부사항이 담겼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1차 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운영방안과 연구개발 정책 방향, 법 시행에 따른 업무 추진 과제를 논의했다. 산업부와 해수부는 국내 기술개발과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율운항선박 국제 규정 제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1600억원을 투입해 자율운항 3단계 기술을 확보하고 이후 완전자율운항 기술(4단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자율운항선박 기술 상용화에 조선 3사 속도

조선 3사도 자율운항 기술의 상용화와 국제 표준 선점을 위해 기술 실증과 인증 획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HD현대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HD현대는 자회사 아비커스를 통해 자율운항 기술의 실증과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말 에이치라인해운과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대형 상선에 자율운항 솔루션 적용을 본격화했다. 해당 시스템은 각종 항해 장비와 센서 정보를 통합 분석해 선박이 최적 항로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기반 자율항해 시스템으로, 국제해사기구(IMO) 기준 2단계 수준에 해당한다.


또한, 지난해 11월 8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자율운항 및 원격제어 기술을 통합 적용해 실증을 완료하고 KR과 LISCR로부터 기본 인증을 받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시프트 오토(SHIFT-Auto)'라는 미션 기반 완전자율운항 연구선박을 통해 실증 중심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12인승 규모의 해당 선박은 설계 단계부터 자동 접이안, 음성 제어, 자율항해 등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스마트싱스 기반의 IoT 시스템으로 데이터 신뢰성과 안정성도 확보했다.


목포해양대 실습선 '세계로호'에 자율운항시스템을 탑재해 약 2800㎞의 장거리 항해 실증도 완료했다. 이를 통해 향후 자율운항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완전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디지털 선박 기술을 기반으로 완전 자율운항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무탄소 추진체계를 포함한 레벨 4 자율운항 기술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9월 자율운항 비전을 공개한 한화오션은 컨트롤 시스템, 스마트십 솔루션, 디지털 트윈 등 핵심 기술을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 조성에 착수했다.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 '한비'를 활용해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며, 미국선급(ABS)과 협력해 스마트십 솔루션 HS4를 비롯한 원격 검사 시스템, 선박 사이버보안 기술 등에 대한 인증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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