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조계사 봉축법요식 나란히 참석
한덕수 "오늘 중 만나자 세 차례 제안"
김문수, 韓 회동 계획 질문에 묵묵부답
광화문서 시민인사 하며 일단 독자행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가 '대선 후보 대(對) 대선 후보'로 처음 만났다. 단일화에 대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으나, 첫 만남은 아무런 결실도 남기지 않았다. 한 후보는 '오늘 만나자'고 세 차례나 제안했으나 김 후보는 확답을 주지 않고 광화문광장을 찾는 등 독자적인 표심잡기 행보를 이어갔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이 열린 5일 오전 9시 20분경, 한덕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행사 참석을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겸 차담회를 가졌다. 한 후보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김 후보, 이 후보 순으로 차담회가 진행되는 조계종 건물 안으로 입장했다.
세 후보들이 들어간지 약 20분 뒤 김 후보와 한 후보가 나란히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 후보는 두 후보를 뒤따라 갔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6·3 대선 후보 단일화 추진을 그간 공언했던 만큼 첫 대면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됐다. 일각에서는 두 후보가 이날 차담회 이후 나란히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원만한 단일화 논의의 첫걸음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머지 않아 두 후보 캠프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오늘 중으로 보자"는 한 후보의 제안에 김 후보가 동의했다는 한 후보 캠프발(發) 기사가 나온 것이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김 후보는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며 한 후보 측 발언을 부인했다.
한 후보 역시 봉축법요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으로 김문수 후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자고 세 번 말씀드렸다"며 "김 후보는 확실한 대답은 안 했고 '네, 네' 이정도로 말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가 이날 중 보자고 시점을 콕 집어서 말했으나, 김 후보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날 봉축법요식 행사 과정에서 두 후보 간의 밀담을 통한 단일화 논의도 기대됐다. 그러나 두 후보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김재연 진보당 후보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앉게 되면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란히 앉은 김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대화하는 모습만 간간이 포착됐다.
김 후보가 한 후보의 '러브콜'에 선뜻 응하지 않은 이유는 당내에서 종용하는 '단일화 절차'에 불만을 가지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당일인 지난 3일에 "사흘 내로 단일화 하라"고 종용하고, 그 이후에도 후보를 위한 선대위를 꾸려주지 않고 후보가 지명한 사무총장 인선안이 불발되는 일 등이 벌어지면서 김 후보가 모멸감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단일화 구상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정통 보수정당의 선출된 대선 후보로서 주도권을 쥐고 한 후보 뿐만 아니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까지도 아우르는 '빅텐트'를 치고 싶어 하는데, 당내 주류 세력은 김 후보가 서둘러 한 후보와 단일화를 한 뒤 한 후보를 중심으로 '텐트'를 치려는 구상에만 몰입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에 자신의 당무우선권 침해 행위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통해 "단일화는 반(反) 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고 보수 진영의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한덕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이낙연 고문 등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봉축법요식 종료 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가족 동행 축제 '펀펀한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행사에 참여 중인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진촬영을 하며 가족 단위로 모인 시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시민들은 김 후보를 보기 위해 후보 주변을 가득 에워쌌고, 악수와 사진 촬영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김 후보는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회동 계획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후보의 단일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며 단일화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촉구했고, 이에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8시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국민의힘은 6일에도 의총을 소집하며 김 후보를 향한 단일화 압박을 이어간다.
김도읍·김상훈·박덕흠 의원 등 국민의힘 4선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빠르고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며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수(選數)별 성명 또한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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