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현대차·포스코 등 인도 공략 기업들 ‘예의주시’
생산기지 피해 없지만 장기화 시 내수 위축·공급망 우려
K9 자주포 수출 한화에어로, ‘방산 수혜주’ 급부상 명암도
인도와 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핵 보유국 간의 교전이라는 점에서 전면전 우려까지 제기되지만 현재까지 생산시설이나 인력에 대한 실질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분쟁이 장기화하거나 확전될 경우 내수 위축과 물류 지연 등 복합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졌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인도 현지에 생산·연구거점을 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대응 체계를 점검 중이다. 양국이 접경 지역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주고받는 등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린 가운데 사업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포스트 차이나’ 인도 공략 본격화한 삼성·LG
인도는 세계 인구 1위 대국이자 글로벌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경제 성장률을 기록 중인 전략 시장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 대안으로 낙점하면서 생산기지 구축과 지분 투자, 기업공개(IPO) 추진 등 전방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전자 기업들도 인도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공장에서 모바일 기기를, 첸나이 인근 스리페룸부두르 공장에서는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 중이다. 연구개발(R&D)센터와 디자인센터, 판매법인 등 현지 내수 기반도 안정적으로 구축돼 고용 인력만 약 1만8000명에 달한다.
LG전자는 인도 가전 시장 점유율 1위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기존 노이다·푸네 공장에 이어 최근 스리시티에 세 번째 생산시설을 착공했고 투자금액은 약 6억 달러(8400억원) 규모다. LG전자 인도법인의 IPO도 추진 중이며 LG화학은 올해부터 인도 내 신규 공장을 가동하는 등 그룹 차원의 사업 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양사 모두 주요 생산기지가 분쟁 지역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 비즈니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공격적 인도 투자’ 현대차, 현지 불확실성 주시
인도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큰 자동차·철강업계도 현지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내 첸나이 1·2공장과 아난타푸르 기아공장 등 3곳의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23년 GM에서 인수한 탈레가온 공장은 올해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 1분기 인도 시장에서 총 22만9126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10월에는 현대차 인도법인을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상장시키는 등 공격적인 현지 전략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인도 현지에서 보고된 피해는 없으며,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에 냉연·도금 공장과 델리, 첸나이 등에 5개 철강 가공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JSW그룹과 합작해 일관제철소 건설도 추진 중으로 총 8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이 중 절반의 비용을 포스코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 측은 “현재까지는 사업에 특별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합작사업 지분은 절반 정도를 고려하고 있으나, 구체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노선도 우회...지정학적 리스크, 방산엔 ‘기회’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은 항공편 운항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은 기존 파키스탄 영공을 통과하던 인천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노선의 항로를 최근 우회 조정했다. 해당 노선은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어 다른 항공사에는 영향이 없는 상태다. 이외 대한항공은 인천과 인도 델리를 오가는 노선은 정상 운항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7일 두바이 운항편부터 기존 항로를 중국 남부,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중부를 경유하는 항로로 변경했고 소요되는 비행 시간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안전운항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업종에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으로, 회사는 인도에 주력 방산 제품인 K9 자주포를 공급하고 있다. 이번 분쟁을 계기로 인도 정부의 무기 도입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기대감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현대차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5위에 올라섰다. 이후 접전을 벌이기도 했으나 이날 장 마감 기준 시총 40조203억원으로 현대차(39조7681억원)와 명암이 엇갈렸다.
시장 “카슈미르 갈등 상존...긴장 반복될 수 있어”
업계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 불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수차례 전쟁을 치렀다. 특히 2015년 이후 양국 간 충돌이 반복되며 수위가 점차 높아진 실정이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충돌이 결국 중재되더라도, 갈등의 근원인 카슈미르 지역의 종교·국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반복 가능성이 높을 것”며 “현 시점에서 전면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향후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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