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치트키 된 '中 게이머'…韓 게임사 하반기 대륙행 본격화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5.05.15 15:11  수정 2025.05.15 15:15

넥슨·크래프톤 중심 양강구도 형성

中서 '던파'·'배틀그라운드' 인기 공고

시프트업·위메이드·엔씨 中 진출 타진

넥슨이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대표 이미지.ⓒ넥슨

올해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게임사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신작 성과와 함께 중국에서 탄탄한 캐시카우를 구축하고 있는지 여부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 작업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업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곳은 넥슨이다. 매출은 1조820억원, 영업이익은 3952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 43% 늘었다. 그 뒤를 크래프톤이 바짝 쫓았다. 크래프톤은 1분기 매출 8742억원, 영업이익 457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 47% 증가했다.


호실적을 낸 넥슨과 크래프톤은 중국 내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고, 게임들이 안정적인 매출 향상을 이어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우선 넥슨은 중국에서만 전체 매출의 33%를 벌어들이고 있다. '던전앤파이터(PC)'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특히 이번 분기에는 PC 버전 던전앤파이터의 성과가 주효했다. 신년 업데이트의 호조로 게임 내 경제 밸런스가 개선되며 DAU(일일활성이용자)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중국 매출 중 PC·콘솔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분기 대비 전 분기 26.5%에서 1분기 51.9%까지 확대됐다.


크래프톤은 'PUGB: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의 중국 모바일판인 '화평정영'이 2019년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크래프톤은 연간 영업이익 2조7098억원 중 84.6%인 2조2942억원을 아시아에서 벌어들인 바 있다. 이번 실적에는 지난 1월 중국 춘절, 론도맵 업데이트 효과가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지역별 매출을 공개하고 있진 않으나, 1분기 크래프톤의 모바일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7% 증가한 5324억원을 달성했다.


중국에서 이렇다 할 수익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게임사들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넥슨과 크래프톤 다음으로 높은 실적을 낸 넷마블은 매출 6239억원에 영업이익 497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3603억원과 영업이익 52억원, 컴투스는 매출 1680억원과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위메이드는 매출 1418억원과 영업손실 113억원, 카카오게임즈는 매출 1229억원과 영업손실 124억원을 냈다.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중국 탭탭 사전예약 페이지 캡처.

이처럼 중국에서의 성과가 회사 전체의 실적을 좌우하면서 게임업체들에게 중국 시장 진출은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됐다. 중국 정부의 선택적 판호(서비스 허가권) 발급이나 이용 시간 제한 등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한 번 시장에 안착하면 회사에 핵심 수익원이 돼 준다는 점에서 여러 게임사들이 중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24년 1236억달러(한화 약 172조원)로, 미국(1281억달러, 한화 약 178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가장 먼저 시프트업이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니케)'를 현지 업체인 텐센트 게임즈와 협력해 선보인다. 서브컬처 게임인 니케는 고퀄리티 그래픽과 매력적인 캐릭터, 슈팅 게임의 재미 요소가 특징이다. 서브컬처 본고장 격인 일본 앱스토어에서 일곱 차례 매출 1위를 달성한 적 있다.


오는 22일 출시를 앞두고 진행한 사전 등록에는 818만명이 몰리며 목표치였던 800만명을 조기 달성했다. 시프트업 측은 중국 이용자에 맞춰 현지화를 철저히 진행했으며, 출시를 앞두고 현지 대규모 마케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프트업이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 위치스'가 2027년 이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그간 실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도 니케의 중국 성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위메이드는 3분기 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미르M'을 중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미르M은 현재 중국 북경에 60~70명의 개발자가 있고, 본사에서 10명 정도가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에 직접 개발사를 차려 외자판호가 아닌 내자판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해 놨다.


중국판 미르M은 기존작과 그래픽 측면에서는 비슷하나 콘텐츠는 중국 이용자들 입맛에 맞춰 개발되고 있다. 특히 위메이드는 전기(미르 시리즈의 중국명)로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적 있는 만큼, 전기 시리즈의 장점을 모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는 전날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십, 수백 개의 서버 하나당 한 명의 전담 운영자가 붙어 맞춤형 운영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전기를 카피한 게임들을 즐기는 중국 이용자가 5000만명이 넘는다.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엔씨소프트도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의 중국 진출에 드라이브를 건다. 리니지2M은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신물출판부로부터 외자판호를 발급받았다. 리니지2M은 지난달 22일 텐센트 게임즈의 신작 라인업 공개 행사인 '스파크 2025'에 참가해 개발 현황 등을 공개한 적 있다.


엔씨소프트는 원작 IP(지식재산권)에 기술적으로 진보한 '경계를 초월한 플랫폼'을 강조하고 있다. 이용자는 PC와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원작의 계승한 필드 전투와 대규모 레이드를 비롯해 모바일 MMORPG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성전도 준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6월부터 리니지2M의 현지 테스트를 위한 중국 이용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게이머들의 입맛도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것이 사실이나 시장 규모 측면에서 볼 때 출시 후 제대로 주목만 받아도 그 성과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며 "중국에서만 잘 된다고 게임사가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중국에서 확실한 수익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게임사가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앞으로도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 타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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