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캐럴 사라진 케이팝…설렘 대신 위로가 필요해 [D:가요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5.16 14:00  수정 2025.05.16 14:00

봄을 노래하던 시기가 저물었다. 매년 3월이면 음원 차트를 점령하던 '벚꽃 연금' 곡들이 사라졌다. '벚꽃엔딩', '봄 사랑 벚꽃 말고', '봄이 좋냐??' 등 이른바 '봄 캐럴'로 불리던 곡들은 매년 봄마다 케이팝 리스너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등장해 낭만의 계절을 알렸지만, 이제는 그 자리가 희미해진 상황이다.


ⓒMnet

2024년 봄 음원차트 상위권에는 비비, 투어스, 아이들의 곡이 이름을 올렸고, 2025년 봄에는 지드래곤, 아이브, 제니 등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기간 '봄 캐럴'은 차트 5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존재감을 잃었다. 봄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한 감성이 더 이상 대중의 마음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의 전환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 사회 전반에 드리운 무력감과 불안정한 경제 상황, 그리고 취업난 등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봄은 '설레는 시작'이 아닌 '막막한 현실'이 되었고, 음악 역시 이를 외면하지 않는다.


실제로 같은 시기 대중의 사랑을 받은 곡은 봄 캐럴과는 다른 정서를 지니고 있다.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은 어두운 현실을 인지하면서도 언젠가 빛날 미래를 노래한다. 데이식스의 '해피' 또한 '매일 웃고 싶고 걱정 없고 싶다'며 고단한 현실에 대한 좌절과 씁쓸함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리스너들이 어려움을 견디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가요계가 봄 캐럴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봄 캐럴', '봄'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신곡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승환, 치즈, 데이식스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데이식스는 '해피'에 이어 '메이비 투모로우'에서도 리스너의 정서를 정확히 짚어냈다. "내일이 되면 오늘보단 나아지겠지"라는 가사를 담은 이 곡은, 감정을 고조시키기보다 지친 마음에 정서적 지지를 건네며 현실을 함께 바라본다.


이제 케이팝(K-POP)에서의 봄은 더 이상 로맨스의 계절이 아니다. 기존의 봄 캐럴이 꽃길 위의 사랑을 노래했다면, 지금의 봄 노래는 그 길 앞에 멈춰 선 이들을 위한 안부에 가깝다. 설렘은 사라졌지만,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살아낸 하루'를 토닥이는 진심이다. 계절은 반복되지만, 음악은 달라졌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리스너는 여전히 위로보다 더 큰 메시지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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